21대 국회의원 총선거 후보자 등록이 지난주 마감됐다. 전국 253개 지역구에서 1118명의 후보가 등록을 마쳤다. 경쟁률이 4.4 대 1로 20대(3.7 대 1)와 19대(3.6 대 1) 총선보다 높아졌다. 47개 의석을 놓고 경쟁하는 비례대표 후보에는 35개 정당에서 312명이 등록을 마쳐 6.6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20대 총선 비례대표 경쟁률(3.4 대 1)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4·15 총선 경쟁률이 유독 높아진 것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 의미가 큰 데다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된 첫 선거인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후보등록 과정에서부터 비례대표를 둘러싸고 온갖 편법과 꼼수가 난무했다. 원내 1, 2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모두 오직 의석 확보를 위해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었고 다양한 민심을 수렴한다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당초 취지는 사라지고 말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비례정당의 상위 순번을 차지하기 위한 이른바 ‘의원 꿔주기’까지 횡행하면서 선거에 대한 유권자의 환멸만 더욱 키워놓았다. 게다가 정계에서 사실상 퇴출된 원로급 다선 의원들이 선거법을 십분 활용해, 비례후보 상위권을 꿰찬 모습은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정당들이 모두 ‘표’를 염두에 둔 정치공학에만 매달리다 보니 이번 선거에서는 공약다운 공약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미 중환자나 다름없던 경제상황에 코로나 충격까지 겹친 만큼 가장 다급한 국가적 과제가 ‘경제 살리기’인데도 여·야 모두 경제 회생을 위한 이렇다 할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공약에서는 전혀 위기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철 지난 반(反)기업적 공약이 여전히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가맹본부와 대리점 본사에 대한 규제 및 처벌 강화,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금산분리 강화, 특수고용직에 대한 노동기본권 보장 등이 그런 것들이다.

경제계에서 문제점을 호소해온 다중대표소송제,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공정위 전속고발제 폐지 등 반기업 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혁신성장도 내걸고 있지만 중소·중견 및 벤처기업에 대한 낯익은 지원과 육성책이 ‘재탕’돼 있을 뿐이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법인세 인하, 상속증여세 개선, 최저임금 및 탄력근로제 개선 등을 내걸었지만 ‘정권 심판’에 주력하다 보니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한 파격적 정책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21대 국회의 최대 과제는 누가 뭐래도 경제 회생이다. 코로나의 충격파가 언제까지 지속되고 얼마나 클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여야는 물론 정부와 민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자영업자 소상공인이 모두 합심해도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기보다는 당리당략과 편가르기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런 21대 국회가 빈사상태에 빠진 경제를 어떻게 살려낼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