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기업 ‘웃샘’이 무게와 크기를 크게 줄인 음압(陰壓) 캐리어를 개발해 수출에 나섰다는 한경 보도(3월 27일자 A18면)다. 이 회사 제품은 프레임(frame)을 튜브 형태로 만들었기 때문에 작은 크기로 접어 보관할 수 있는 데다 가격도 기존 제품의 30~40%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요가 급증한 음압캐리어는 밀폐된 공간의 내부 압력을 외부보다 낮게 유지해 바이러스가 유출되지 않도록 만든 전염병 환자 이송용 장비다. 직원 수 25명에 불과한 웃샘이 일부 선진국 기업들이 독점하던 음압캐리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은 전염병 창궐을 미리 내다보고 기술 개발에 매진한 선견지명 덕분이다.

우수한 인력이 몰려드는 국내 바이오산업이 제대로 여건만 갖추면 언제라도 세계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진단시약으로 ‘글로벌 스타’가 된 씨젠은 중국에서 코로나가 본격 확산되기도 전인 지난 1월 중순 진단키트가 대량으로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개발에 들어갔다. 불과 2주 만에 진단키트 개발에 성공하고 대량생산 체제를 갖췄다. 씨젠의 선견지명과 도전정신이 없었다면 ‘모범사례’로 평가받는 우리나라 방역 상황도 지금과는 크게 달랐을 것이다.

국내 일부 바이오기업들이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보여주고 있는 성과는 놀라울 정도다. 하지만 대다수 기업은 곳곳에 도사린 규제 족쇄 탓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원격의료 및 조제 금지, 배아(胚芽)연구 제한, 엄격한 유전자치료제 개발 규제 등 한국만의 ‘갈라파고스 규제’가 넘쳐난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는 기업들의 노력에 과감한 규제혁파로 화답해야 한다. 코로나 위기를 한국 바이오산업 대도약의 계기로 바꿀 수 있다면 정부가 외쳐온 ‘바이오 강국’도 한층 가까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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