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상경제대책으로 100조원에 이르는 긴급자금을 수혈하기로 했지만 ‘혁신성장의 실핏줄’과도 같은 스타트업에는 그림의 떡이라는 한경 보도(3월 26일자 A1, 3면)다. 예컨대 중소기업 관련 정책자금을 융자받으려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감소한 기업’ ‘적자가 2년 이상 지속하지 않는 기업’ 등에 해당해야 한다. 이제 막 시제품을 개발하고 투자금을 유치하는 단계가 대부분인 스타트업들로서는 매출·이익 등 실적을 증빙하기 어려워 ‘지원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들은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의 보증서를 요구하지만 스타트업들은 이 역시 하늘의 별 따기다. 보증 이력이 있는 스타트업들도 “보증 받은 적이 있어서 도와주기 어렵다”는 답을 듣기 일쑤다. 기업공개 시장이 막혀, 벤처캐피털들도 투자한 스타트업의 기업공개를 기약 없이 미루고 있다. 신규 투자 유치는커녕 운전자금 조달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상적인 경영 환경에서도 스타트업들은 ‘죽음의 계곡(기술 사업화 이후 자금 부족 기간)’을 건너야만 한다. 세계경제가 얼어붙고 금융시장도 한 치 앞을 점치기 힘든 지금은 ‘죽음의 계곡’에 당도하기도 전에 당장 내일을 걱정해야 하는 실정이다. 100조, 200조원을 풀더라도 정부의 지원기준이 일정 규모 이상의 외형과 실적을 갖춘 전통적 기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한 스타트업에는 돌아갈 게 없을 것이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국내 스타트업이 뿌리째 뽑힐지도 모른다.

정부가 지키겠다는 ‘우리 기업’에 스타트업이 배제돼선 곤란하다. 스타트업을 위한 맞춤 지원책이 강구돼야 한다. 청년 창업가들이 좌절하지 않도록 기술력, 성장성, 상장후 실적 추정 등 미래가치를 평가할 전문인력과 평가체계를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말만 앞세웠던 혁신성장의 실상을 직시하고, 스타트업 금융체계의 문제점을 면밀히 들여다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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