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특단의 대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했다. 반도체산업협회, 디스플레이산업협회 등 14개 업종별 단체로부터 긴급 건의를 취합한 내용이다. 그동안 다른 경제단체들도 요청해온 한시적 규제 유예, 환경·노동 관련 기업부담 완화, 세제혜택 확대 등을 제외하면 이번 제언에선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일명 원샷법) 적용 확대 건의가 특히 눈길을 끈다.

기업활력법이 주목되는 이유는 그 목적이 기업의 사업재편을 지원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인수합병(M&A)을 시도할 경우 상법·공정거래법상 규제 특례, 고용안정 지원, 세제·자금 지원 등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법에 담겨 있다. 구조적 전환기에 M&A 인허가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고 사업재편에 인센티브를 부여해 신속히 산업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다.

하지만 기업활력법의 적용 대상은 ‘신산업 진출 기업’ ‘과잉공급 업종 소속 기업’ ‘산업위기 지역의 주된 산업에 속한 기업’으로 한정돼 있다. 당초 과잉공급 업종에 국한됐던 대상이 조금 늘어나기는 했지만 여전히 제한적이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시절 기업활력법이 대기업 특혜라며 적용 확대에 반대한 영향이 컸다. 정권 교체 후에는 지난 정부가 추진했다는 이유로 법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은 전례 없는 위기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이 전체 업종과 기업으로 확산되면서 항공 정유 등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업종이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이 정한 업종·기업에 해당하지 않으면 사업재편을 하더라도 제도적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생존을 위해 신속하게 움직여야 할 기업들이 복잡한 절차에 묶여 오도 가도 못할 경우 무너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전례 없는 위기를 맞은 기업들이 살아남으려면 사업재편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코로나 이후’를 대비하려면 핵심 역량을 중심으로 팔 것은 팔고 보강할 것은 보강해야 한다. 기업들이 합병해서 살아남을 수 있다면 그쪽으로 길을 터줄 필요가 있다. 기업이 매물로 나올 때 조금이라도 여유 있는 곳에서 인수해 줘야 경제 전체에 미칠 충격을 줄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로 우리 기업이 무너지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기업활력법 적용 대상에 제한을 둘 이유가 없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