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충격’으로 미국의 항공기 제조사 보잉과 항공사들도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 그런데 이들이 이번 사태 전부터 장기간 과도하게 주주 환원정책을 펴온 게 위기를 증폭시켰다는 분석이 미국 월가에서 제기돼 관심을 모은다. 한국의 경우 코로나 사태 와중에도 국민연금 등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들의 주주환원 압박이 거세다는 점에서 짚어볼 만한 대목이다.

보잉과 미국 항공업계는 최근 연방정부에 각각 600억달러(약 73조7400억원)와 500억달러(약 61조4500억원)의 긴급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탑승객이 급감하는 등 최악의 경영환경이 조성됐다. 그러나 아무리 사정이 급해도 평소 벌어둔 돈을 미래를 위해 비축해 뒀다면 정부에 손 벌리기 전에 자구노력을 강구했을 것이다. 하지만 경영진이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 매입에 보유현금을 쏟아부어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미증유의 위기가 발생하는 바람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미 항공업계가 지난 10년간 자사주 매입에 쓴 비용은 잉여현금흐름의 96%에 이른다. 벌어들인 현금의 거의 대부분을 주주 환원에 썼다는 의미다. 최근 5년간 자사주 매입에 쓴 돈은 보잉이 390억달러(약 47조9000억원), 델타·아메리칸 등 4대 항공사가 350억달러(약 43조원)에 달했다. 이들과 극명하게 대조되는 것이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미래 투자와 적정 수준의 현금 확보를 위해 창업 후 26년간 한 번도 배당을 하지 않았고, 자사주 매입은 딱 한 차례 했다. 주주에게 인색하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지만, 미리 대비했다는 점이 이번 위기국면에서 시장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달 들어 24일까지 나스닥지수가 13.4% 급락하는 동안 아마존은 되레 2.9% 상승했다.

국내 주요 상장사들도 최근 수년간 주주환원 압력을 거세게 받고 있다.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에 비해 배당성향(총배당금÷순이익)이 낮다는 점에서 주주가치 제고가 필요하다는 논리가 제시됐다. 주주가치 제고는 상장사의 의무지만 ‘기초체력’이 허약해졌는데도 압박에 못 이겨 주주환원에 나선 기업이 상당수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번 사태로 기업이 진정 주주를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된다. 보잉 등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국내 기업과 투자자 모두 지속가능한 성과 창출과 주주환원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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