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며칠 새 금융시장이 매우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가는 급등락을 반복하고, 외환시장 변동폭도 과도하다. 시장 흐름은 장중에도 수시로 변해 전문가가 아니면 투자방향을 잡기가 어려운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주식시장은 국내·해외 할 것 없이 시계가 극히 불투명하다. 유례없는 ‘복합불황’이 펼쳐지는 위기국면이라지만 그 정도가 심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롤러코스터 같은 장세가 거듭되니 주가가 반등하고 환율이 하락해도 안도하기가 쉽지 않다. 변동폭이 큰 것부터가 불안심리가 여전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주식이든 외환이든 개인 투자자들은 좀 더 신중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 정부 당국도 시장의 급변동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장기 안목으로 국내외 흐름을 신중하게 진단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세계 각국이 펼치고 있는 ‘돈풀기 경쟁’의 효과를 냉철하게 봐야 한다. 개인과 기업뿐 아니라 정부도 깊이 유념할 필요가 있다. 거의 6% 급반등한 어제 코스피지수도 그렇다. 전날 ‘100조원 긴급 자금지원 계획’이 나온 게 큰 요인이었다. 더구나 이 중 42조원이 증권·자금시장에 투입된다니 증시가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뉴욕증시의 다우지수가 11.37%나 급등해 1933년 이후 가장 많이 오른 날로 기록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무제한 양적완화’(달러를 무한정 찍어 국채 등 매입) 방침과 재정부양책이 2조달러에 달한다는 소식에 힘입은 것이었다. 전쟁 수준의 최대 규모 돈풀기가 당장은 긍정적 ‘약발’을 발휘한 셈이다.

문제는 이런 극단적 조치가 금융시장을 계속 떠받칠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코로나 쇼크’로 경제 안팎의 구조적 모순과 오류, 취약점이 다 드러났고 ‘악순환 구조’에 빠져드는 상황이다. 격차·차단 조치로 단순히 수요만 급감하는 게 아니라 세계적 공급망에도 심대한 이상이 생겼다는 진단이 나온다. 실물경제가 중증에 빠지면 돈은 아무리 풀어도 근본대책이 못 된다. 큰 하락세 속에 주가가 깜짝 급등하는 것이 통증을 완화하는 ‘진통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외 기업들 아우성을 들어보면 자금 문제든 판로 애로든 어려움은 이제 시작으로 봐야 한다. 항공 관광 외식 공연 전시 등 서비스산업을 넘어 자동차 전자 석유화학 등 주력 제조업으로 불황의 그림자가 빠르게 뻗어나가고 있다. 좀 더 지나면 안전지대의 산업은 아예 없게 될 것이다.

진통제 요법에 기댈 수는 없다. ‘마약 처방’은 응급대응으로 끝나야 한다. 오히려 평상시에 못했던 구조개혁을 논의하고 추진해야 한다. 고용·노동 시스템의 개혁, 기업 체질 강화, 핀테크·AI(인공지능)·바이오 부문의 규제혁파는 위기 탈출의 근본 치료법일뿐더러 코로나 사태가 끝날 즈음 우리 경제가 다시 내달릴 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 해외 투자자들도 주시할 만한 치료법이다. 고통스러워도 제대로 된 처방을 따르는 게 경제위기에서 먼저 벗어나는 정도라는 것이 외환위기 때의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