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끝없는 중국 통계 논란
지난 19일 중국 정부는 “전날 신규 코로나 환자가 한 명도 없었다”고 발표했다.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지난 1월 20일 이후 처음이었다. 2월 11일(1만5152명)과 비교하면 괄목할 성과다. 이후 중국 당국은 신규 확진자 수는 하루 수십 명 선이지만 대부분이 해외 유입 사례고 본토 신규 확진자 수는 하루 10명도 채 안 된다고 발표해 왔다.

그러던 와중에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3일 중국 정부 기밀문서를 근거로 “중국 공식 통계에 빠진 무증상 코로나 환자가 4만3000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22일까지 중국 내 확진자 8만1093명의 절반에 해당한다. 이들까지 합하면 중국 내 코로나 환자는 12만 명을 훌쩍 넘어선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잖아도 중국의 코로나 통계에 의구심을 갖고 있던 이들은 “그러면 그렇지”라는 반응이다. 앞서 지난 20일 우한 소재 격리시설에 근무하는 한 의사는 대만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신규 확진자가 없다는 정부 발표는 거짓말”이라고 폭로한 바 있다. 중국 SNS에도 우한에서 신규 환자 100명이 발생했다는 폭로글이 올라오는 등 통계를 믿을 수 없다는 폭로성 글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의 통계를 둘러싼 논란은 역사가 깊다. ‘대약진운동’ 기간(1958~1962년) 중국 전역의 쌀 수확량이 급증해 목표를 초과했다는 보고가 속속 올라왔다. 마오쩌둥은 잉여식량 처리를 두고 고민했지만 실제로는 징벌을 면하기 위해 각 지방이 숫자를 부풀린 것이었다.

최근에는 경제성장률이 종종 도마에 오른다. 실적치가 정부 목표치와 지나치게 비슷한 것부터 이상하다. 각 성(省) 정부가 집계한 지역내총생산(GRDP)의 합이 중국 전체 국내총생산(GDP)보다 항상 많다는 점도 의심쩍다. 몇몇 전문가들은 중국의 실제 성장률은 공식 통계보다 최대 3%포인트 낮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요즘 이래저래 맘이 편치 않게 됐다. 미국과의 무역분쟁에서 숨을 돌리는가 싶었는데 코로나라는 복병이 다시 앞을 막고 나섰다. 하지만 초강대국으로 달려가는 중국의 가장 큰 장애물은 불투명성이다. 아무리 경제력과 군사력이 막강해도 글로벌 스탠더드를 갖추지 못한 나라는 결코 최강국 반열에 오를 수 없다. 반대로 중국이 통계를 조작하는 ‘거짓말 국가’라는 오명을 벗는 날, 정말 무서운 나라가 될 것이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