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가격 통제하고
생산·유통에 개입한 정부
'마스크 구입 줄'만 길게 할 뿐

사회주의 버린 러시아에서
줄서기가 사라졌듯이
시장 기능에 맡기는 게 최선

안재욱 < 경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
[다산 칼럼] '마스크 5부제' 부른 정부 개입

마스크를 사려고 시민들이 약국 앞에서 줄을 서는 것이 일상이 됐다. ‘줄서기’는 옛 소련과 같은 사회주의 경제에서는 일상이었다. 텅 빈 국영상점 앞에 줄을 서 있다가 자기 차례가 오기 전에 물건이 떨어지면 되돌아가야 했다.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사람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는 이유는 마스크가 필요한 만큼 공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재화의 부족은 가격과 관련이 있다. 재화의 부족은 재화 가격이 수요와 공급 간에 조화가 이뤄지면서 시장이 청산되는 가격보다 낮을 때 발생한다.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 자유로운 시장에서는 이런 부족 현상은 일시적이다. 가격이 오르면서 사람들이 원하는 양과 기업들이 공급하는 양이 조화를 이뤄 부족 현상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마스크 수요가 급증했다. 당연히 마스크 가격은 올라간다. 가격 상승은 기업들이 마스크를 더 많이 생산하도록 만든다. 기업들은 마스크 생산을 늘리기 위해 더 많은 원자재와 노동력을 투입한다. 마스크의 핵심 원자재는 MB(melt blown)필터다. 국산과 중국산 필터의 공급이 충분하지 않다면 기업들은 러시아, 인도, 터키 등으로부터 수입해 마스크 생산을 늘릴 것이다. 공기청정기, 자동차 에어필터, 냉난방기 등에 쓰이는 MB필터도 마스크 생산 쪽으로 이동할 것이다. 일본 샤프는 TV공장 하나를 마스크 생산 쪽으로 돌렸다고 한다.

가격은 생산자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정보를 제공한다. 마스크 가격 상승은 소비자들에게 ‘마스크를 아껴서 사용할 것’ 등과 같은 정보를 제공한다. 소비자들은 그런 정보에 반응하며 마스크의 소비를 줄인다. 이렇게 가격은 물건값을 나타내는 숫자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가격은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생산 및 소비 결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수요와 공급의 조화를 이끌어 낸다.

이런 시장 과정을 무시하고 정부는 마스크 가격을 통제하며 마스크 생산과 공급에 직접 개입했다. ‘공적 마스크’라는 이름을 붙여 정부가 지정한 농협하나로마트, 우체국, 약국 등의 소위 ‘공적 판매처’에서 판매하도록 했다. 마스크 생산업체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경찰, 국세청 직원이 상주하며 입고된 원자재와 공적 판매처에 보내는 물량은 물론 자체 판매하는 마스크의 공급처까지 점검한다. 이런 정부의 가격·생산 통제로 인해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생산을 포기하는 업체도 생겼다. 정부 개입으로 가격 기능이 마비돼 마스크 부족 현상이 사라지지 않고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이유다.

정부가 기업에 무엇을 얼마에 얼마만큼 생산할지, 누구에게 얼마만큼 팔지를 지시하는 경제는 사회주의 경제다. 마스크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사회주의를 빼닮았다. 정부가 공적 마스크 가격을 통제하는 것뿐만 아니라 유통도 지오영, 백제약품 두 업체만 ‘독점적으로’ 담당할 수 있도록 하고, 그들에게 매일 군 장병을 보내 포장 작업 등을 시킨 사실에서 그런 색채가 더욱 드러난다. 민간 기업이 정부부처로 전락하고, 국민은 정부의 명령에 복종하는 위치로 전락했다. 경제활동의 주권이 점점 정부에 귀속돼 가고 있는 것 같다.

가격에 의해서 수요와 공급이 조절되며, 가격을 시장가격 이하로 통제하면 줄서기가 발생한다는 것은 어려운 경제이론도 아니다. 현 정부와 정부 주변의 싱크탱크에는 경제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그런데도 이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1976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밀턴 프리드먼이 한 말이다. “경제학자들이 아주 잘 아는 것이 한 가지 있다. 과잉생산에 시달리게 하거나 부족하게 만드는 일이다. 어떤 재화가 부족하도록 하고 싶다면 시장 가격보다 낮은 수준으로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면 된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마스크 생산을 시장에 맡긴다면 마스크 부족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석유파동이 있었던 1970년대 미국에서 정부가 휘발유 가격을 통제했을 때 주유소 앞에 길게 늘어선 자동차 행렬이 가격통제를 해제하자 사라졌고, 사회주의를 버린 러시아에서 그토록 오랫동안 일상이었던 줄서기가 사라진 사실을 상기해보라.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