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코로나로 사투를 벌이는 와중에 기업 사내유보금을 국민에게 재난 소득으로 나눠주자는 황당한 주장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모든 국민에게 100만원을 직접 지원하는 특단 대책이 필요하다”며 “950조원에 달하는 30대 재벌 사내유보금의 10% 정도만 재난생계소득 기금으로 출연하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주장을 최근 들고 나왔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사내유보금을 나눠주자고 하지는 않았지만 경제계가 법인세 인하를 요구한 것에 대해 “1000조원이 넘는 사내유보금을 가진 기업들이 법인세를 깎아주면 과연 그 돈이 쓰일까”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심심하면 튀어나오는 사내유보금 논란이 또다시 불거진 것이다. 이런 주장은 사내유보금을 ‘기업들이 곳간에 쌓아 놓은 현금’으로 오해하는 데서 비롯된다. 하지만 사내유보금은 현금뿐 아니라 공장·토지·설비·창고 등까지 포함한 개념이라는 것이 이제는 상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현금성 자산 비중은 그나마 10% 이하로 중국 일본보다도 낮다.

민노총 주장대로면 공장과 설비를 팔아 기본소득으로 국민에게 나눠주자는 얘기가 된다. 어처구니없을 뿐 아니라 명백한 사유재산 침해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이런 해괴한 주장을 하는 게 아직도 사내유보금의 기본개념을 몰라서인지 궁금하다. 알고도 “대기업은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고 선동해 반기업 정서를 조장하려는 것이라면 더욱 묵과해선 안 될 일이다.

사내유보금에는 지금도 징벌적 세금이 부과되고 있다. 2015년 ‘기업소득 환류세제’가 도입됐고 2018년부터는 ‘투자·상생 협력 촉진세제’로 이름과 내용이 약간 바뀌었지만 골격은 그대로다. 반기업 정서에 편승해 ‘사내유보금 과세’ 운운하기에 앞서 ‘오해’에서 비롯된 이 제도부터 서둘러 폐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