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백신을 둘러싼 국가 간 패권 다툼도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독일 백신회사 큐어백에 코로나19 백신을 독점하는 대가로 10억달러(약 1조2700억원)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독 정부 간 신경전이 가열되기도 했다. 세계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수조원을 투자하는 가운데 한국 정부도 예비비 10억원을 긴급 투입했다. 그러나 과제당 1억원 수준이어서 제대로 경쟁이 될지 의문이다.

감염병 백신과 치료제 개발은 일반 연구개발(R&D)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단기간 승부를 걸어야 하는 데다, 임상시험을 끝내려면 수백억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게다가 수익성이 높지 않아 정부 지원이 없으면 기업 혼자 감당하기도 어렵다. 이런 이유로 일부 기업들은 국제기구나 국제단체의 지원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은 해외 지원을 기다릴 만큼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정부와 기업이 손잡고 개발에 나서는 수밖에 없다.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예산이 준비되지 못한 사정도 있겠지만 예비비 10억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국책과제(1억원) 수행기관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가 선정돼 임상 전(前)단계까지 연구한다고 해도 지원액이 너무 적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코로나19 항체치료제 개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셀트리온도 마찬가지다. 최소 200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부 지원은 4억8800만원에 불과하다.

코로나발(發) 경제 쇼크는 백신과 치료제가 나와야 진정될 수 있다.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려면 관련 예산을 늘리는 게 급선무다. 사스와 메르스, 코로나19에 이르기까지 감염병 발생이 주기화되고 있을 뿐 아니라 충격의 강도는 더욱 커졌다. 국가 R&D 우선순위 및 예산 배분 조정이 시급하다. 과학기술혁신본부는 이런 역할을 하라고 있는 기구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