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급증한 달러부채
10년물 발행 많아 만기 몰려
세계각국 달러 유동성 확보 비상

두려움에 급등한 'CDS 프리미엄'
'롤오버' 경색 땐 부도 도미노 우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코로나發 달러 강세…'빚의 복수' 신호인가

요즘 들어 재테크 변수 중 유일하게 올라가는 것이 있다. 바로 달러 가치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알 수 있는 달러인덱스는 103대에 근접했다. 2011년 12월 이후 8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소식으로 안정세를 찾긴 했지만 원·달러 환율도 1280원 중반대까지 급등했다.

액면 그대로 해석한다면 분명히 달러 강세다. 하지만 종전과는 다른 점이 있다. 달러 가치는 ‘머큐리(mercury·펀더멘털)’ 요인과 ‘마스(mars·정책)’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머큐리 요인으론 작년 7월 이후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2.25%포인트 내렸다. 양적완화도 재개됐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달러 정책은 약세를 지향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 이외 다른 국가에서 달러 가치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어느 국가도 피해갈 수 없는 범세계적인 문제다. 각국 중앙은행들도 기준금리를 동시다발적으로 내리고 있다. 유럽, 일본, 중국, 한국 등 대부분 국가에서 돈을 풀고 있다.

미국과 다른 국가의 ‘머큐리’와 ‘마스’ 상으론 달러 가치가 최근처럼 강세가 될 만한 특별한 요인이 없다. 오히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폭과 양적완화 규모, 그리고 주가 하락 폭이 제일 큰 점을 감안하면 달러 가치가 떨어져야 한다. 달러인덱스가 ‘97’대 이상으로 오를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코로나發 달러 강세…'빚의 복수' 신호인가

우리 내부적으로도 원·달러 환율이 상승보다는 하락할 요인이 더 많다. 경기 면에서 우리는 침체 우려가 지속돼 왔으나 미국은 갑작스럽게 불거졌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2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24%까지 추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금리 인하 폭도 Fed가 1.5%포인트 내리는 동안 한국은행은 0.5%포인트 인하에 그쳤다. 금리가 재역전돼 한국이 더 높다.

‘코로나 사태’ 이후 달러 강세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2009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Fed는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로 금리와 양적완화를 추진했다. ‘부채 경감 증후군(debt deflation syndrome: 빚을 빚답게 느끼지 못하는 착각 현상)’에 빠졌던 모든 경제 주체가 앞다퉈 달러 자금을 조달했다. 신흥국이 더 심했다.

금융위기 이후 급증한 달러 부채 만기가 2018년 하반기를 시작으로 올해부터 집중적으로 돌아온다. 대부분 달러 자금을 10년 만기로 조달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협회(IIF),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따르면 달러 부채 만기가 올해부터 2025년까지 매년 평균 4000억달러 이상 돌아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 부채 만기가 집중적으로 돌아오는 상황에서 부도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원금을 상환하거나 신규로 달러 부채를 조달해 기존 것을 상환하는 ‘롤오버(rollover)’가 잘돼야 한다. 월가에서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주목하기 시작했던 지난달 24일 이전까지는 달러 부채를 롤오버하는 데 별다른 이상 징후가 발견되지 않았다.

문제는 그 이후다. 리스크 이론에서 가장 두려운 것으로 평가하는 ‘아무도 모른다(Nobody knows)’ 위험인 코로나 사태가 악화되자 달러 부채가 많고 국가 신인도가 낮은 신흥국부터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뛰기 시작했다. CDS 프리미엄은 특정국에 부도 우려가 제기될 때 가장 먼저 반영되는 지표다.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자 CDS 프리미엄이 급등하는 현상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국도 상승하기 시작했다. 당황한 각국이 달러 유동성 확보에 나서기 시작했다.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가릴 것 없이 처분했다.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 가격이 떨어지면 금과 같은 안전자산 가격이 오르는 관행이 깨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달러인덱스가 오르고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것은 종전처럼 머큐리나 마스 요인보다 ‘달러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나타나는 특수한 현상이다. 달러 투기 세력도 가세하고 있다. 국제외환시장에서도 코로나 사태 진전 여부를 주목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 개발 소식만 들린다면 경색됐던 달러 부채 롤오버가 풀리면서 달러인덱스와 원·달러 환율은 빠른 속도로 정상을 되찾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계속해서 악화된다면 달러 유동성이 고갈되면서 국가 신인도가 낮은 고부채국부터 부도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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