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업의 역할 요구한 민노총
모금운동 등 책임 강조한 한노총

백승현 경제부 기자 argos@hankyung.com
[취재수첩] 민주노총, 한국노총 그리고 제1노총

청와대에선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경제주체 초청 라운드테이블 행사가 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수습을 논의하기 위해 정부와 경영계, 노동계 대표가 얼굴을 맞댄 자리였다.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정부를 향해 “영세 근로자와 특수고용직 종사자에 대한 직접적인 현금 지원과 재난생계소득 지원을 신속히 결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영계에 대해선 “사내유보금 출연과 총고용 보장 등 재벌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고 요구했다. 발언 말미에는 코로나19 연대기금 추진 등 양대 노총이 함께 사회적 역할을 하겠다고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도 참석했다. 발언 내용은 민주노총과 결이 좀 달랐다. 재난생계소득이나 대기업에 대한 사내유보금 출연 요구는 없었다. 김동명 위원장은 “지난 시기 한국 사회에선 사회적 약자가 더 약한 사람을 밀어내는 방식으로 국가적 위기를 극복해왔다”며 “위기 극복의 목표는 사회적 신뢰를 구축하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행사 제목이 경제주체 초청 회의인데, 주체라 하면 권리 행사보다 사회적 책임을 더 무겁게 져야 한다”며 “한국노총은 기꺼이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다.

두 노총 위원장의 발언은 일견 비슷해 보이지만 작지 않은 차이가 있다. 코로나19 극복 해법으로 민주노총은 정부와 기업이란 다른 주체의 책임을, 한국노총은 스스로의 책임을 강조한 것이다.

비슷한 장면은 이달 초에도 있었다. 양대 노총은 지난 5일 약속이라도 한듯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긴급산별대표자회의(민주노총)와 긴급회원조합대표자회의(한국노총)를 열었다. 회의 직후 두 노총은 각각 코로나 사태에 따른 현장 피해 사례를 수집해 대정부 교섭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두 노총의 강조점은 달랐다. 민주노총은 특별대응팀을 꾸려 방역 상황을 점검하고 근로자 피해 상황을 추려 대정부 요구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한국노총은 대구·경북지역 지원을 위해 산별 조직을 중심으로 모금 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두 노총의 행보가 표현만 달랐을 뿐 결국 지향점은 같았을 수 있다. 조합원 이익을 우선시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노조 존립의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은 기업, 근로자는 물론 자영업자 등 모든 경제주체가 생존을 걱정하는 미증유의 위기다. 이 때문에 정부와 경영계를 상대로 끊임없이 요구하는 민주노총의 행보가 아쉽다는 지적이 많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말 정부 공식 집계로는 처음으로 한국노총을 제치고 제1노총이 된 ‘대한민국 대표 노동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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