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로 얼어붙은 소비를 늘리기 위해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주장이 봇물 터지듯 확산하고 있다. ‘모든 국민에게 100만원씩 지원하자’는 김경수 경남지사의 제안이 10여 일 전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주목도는 높지 않았다. 50조원대의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데다 ‘가보지 않은 길’이어서 실현가능성을 낮게 봤던 것이다.

코로나 쇼크가 일파만파로 커지고 미국과 일본에서 도입이 유력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영향력 큰 여당의 ‘대선 잠룡’들이 입을 맞춘 것처럼 도입을 찬성하고 나섰고, 총선을 앞둔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제안도 잇따르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관료에게 맡겨서는 절대 안 된다’며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열쇠를 쥔 청와대와 기획재정부는 “현실적으로 도입이 쉽지 않다”던 입장에서 슬그머니 후퇴해 혼선을 키우는 모습이다.

기본소득 제안자들이 재원조달 방법, 소비진작 효과와 같은 핵심 쟁점을 소홀히 다루는 점이 걱정을 더한다. 상품권이나 현금 지급은 장기간 디플레이션에 시달린 일본에서 이미 여러차례 시도했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기존에 보유한 현금 지출을 억제하는 역효과 탓에 투입된 재원 대비 효과는 초라했다. “매우 쉬운 해결책처럼 보이지만, 잘 들여다보면 온통 문제투성이”(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라는 혹평이 나오는 만큼 도입하더라도 대상과 규모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미국도 1인당 2000달러 수준의 대규모 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 중인데 우리라고 못 할 것 있느냐는 주장은 단견이다. 전 세계에서 달러수요가 넘치는 기축통화국 미국은 통화량 증대의 후유증을 감당할 여력이 크다. 반면 원화는 변동성이 커서 엄격한 통화 관리가 필수다. 재난 극복을 위한 일회성 지원금을 ‘기본소득’이라고 부르는 것도 혼선을 자초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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