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인공지능과 잘 통(通)하는 법
지난 1일 서울 한복판에서 김구, 유관순, 홍범도가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역사 속 영웅들이 ‘인공인간’으로 살아 돌아와 만세를 외친 것이다. 인공인간은 인공지능을 갖춘 일종의 디지털 아바타다.

인공인간은 올초 세계 최대 전자쇼 CES 행사장에서도 만난 적이 있다. 항공기 승무원, 교수, 리포터 등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인간과 소통하며 감정을 드러내기도 하고, 상황에 맞게 반응하는 지능도 갖췄다고 한다. 기억을 만들거나 새로운 기술도 스스로 배울 수 있다. 인공인간은 교사, 뉴스 진행자 등으로 확대돼 인간과 기계가 소통한다는 공상과학(SF) 영화와 같은 현실이 우리 눈앞에 다가올 전망이다.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코딩이다. 코딩은 컴퓨터가 사용하는 언어로, 우리에게는 또 하나의 외국어인 셈이다. 인간 언어와 구별되는 차이가 있는데, 논리에 맞는 말을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점이다.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을 할 때는 합리적이지 않아도, 논리가 부족해도 문제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인간에게는 유연성과 융통성이라는 재주가 있어서다. 그러나 소통 대상이 인공지능이나 로봇, 즉 기계로 바뀌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인공지능은 명령어에 따라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해 결과물을 만들어 답을 제시한다. 인공지능과 대화할 때 비논리적이거나 감정적이 되면 엉뚱한 결과가 나오거나 오류가 생긴다. 스마트폰의 AI비서로 한 번 실험해 보자. 어순이 틀린 말을 하면 정확한 말을 해줄 때까지 되묻는다. AI비서가 “할 수 없다”고 한 일을 무작정 되게 하라고 하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딱 잘라 거절할 것이다.

미래의 인공지능이 아무리 고도화된다 해도, 기술 자체가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서 출발하는 만큼 억지에 가까운 비논리적이고 비합리적인 말이나 요청은 처리해주지 못한다. 대상이 인간에서 인공지능으로 바뀌더라도 소통의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인공지능은 곧 일상생활로 들어오게 된다. 비논리적이고 비합리적인 생각과 소통을 고집한다면 인공지능조차 말을 들어주지도, 명령에 따라주지도 않는 척박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은 인간과 달리 변통이나 임기응변이 통하지 않는 합리성을 중시하는 고지식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자가 제자 자장에게 한 말은 큰 교훈을 남긴다. “말이 성실하여 신의가 있고, 행동이 후덕하여 공경스러우면 오랑캐의 나라에서도 살아갈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비록 고향이라 할지라도 살아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