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발(發) 글로벌 경제 쇼크에 국내 기업들이 사면초가에 놓였다.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되고 세계인의 일상적인 경제활동마저 멈춰서면서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기업들은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실물과 금융 위기가 겹쳐 유통·여행·숙박 등 소비 업종을 넘어 거의 모든 분야 기업들이 극심한 불황과 ‘돈가뭄’에 허덕이고 있다.

경영 기반이 취약한 상당수 중소기업은 원자재 조달·생산·판매난으로 줄도산 공포에 떨고 있다. 기계 자동차 조선 등 국내 주력 업종 대표기업들은 이보다 사정은 낫지만 불황을 극복할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0대 그룹 계열사들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연초 대비 최고 40% 급감했다. 자금시장이 극도로 경색되면서 사전 수요예측이 발행예정 물량에 미달한 하나은행 사례에서 보듯 신용등급 최상위(AAA) 기업들도 채권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우량기업도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몰리면 흑자도산할 판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긴급 정책자금 지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과 속도다. 하지만 현장에선 정책자금 신청과 심사에 드는 시간과 절차가 너무 길고 복잡하다는 하소연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관료주의적 업무 관행부터 시급히 개선해야 기업의 숨통이 트인다. 우량 기업에 한해 보증심사 등 일부 절차를 간소화하는 ‘패스트 트랙’이나 한시적 ‘선 지원·후 심사’ 방안 등을 도입하는 것을 검토해봄 직하다. 폭주하는 대출 신청에 대비해 심사 인력도 크게 늘려 자금 지원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

경제 버팀목인 기업의 활력을 근본적으로 되살릴 수 있는 대폭적인 규제 완화도 절실하다. 기업 경영을 옥죄는 노동, 환경, 입지, 신산업 진입 규제 등을 획기적으로 걷어내고 법인세 감세 등을 내용으로 하는 ‘기업활동 촉진 특별법’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건의한 유통산업 규제 완화, 원격진료 본격 도입, 탄력근로 단위 기간 연장, 주 52시간 예외 확대, 임시투자세액공제 부활 등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비상시국인 만큼 규제 혁파 등 정책 처방도 이전과 크게 달라야 한다. 생사기로에 놓인 기업과 경제를 살리는 데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얽히고설킨 규제를 단번에 잘라내야 한다. 반(反)시장·반기업 정책의 틀을 통째로 바꾸는 신속하고 과감한 기조 대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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