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고발 뒤 사과없이 따라해
"정치셈법 버리겠다" 다짐 어디로

김우섭 정치부 기자 duter@hankyung.com
[취재수첩] '위장전입' 꾸짖더니…미래통합당 닮아가는 與

“의원들에게 대놓고 ‘위장전입’을 설득하느라 허송세월할 만큼 한가한 상황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4번째 환자가 발생한 지난달 6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현역 의원에게 미래한국당 ‘전출’을 설득하는 미래통합당 지도부를 향해 이같이 비난했다. 이 원내대표는 “한눈팔 때가 아니다”며 지금은 코로나19 방역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통합당을 꾸짖었다.

당시보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진 지금은 어떨까. 양당의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7일에도 불출마 의원들을 비례연합정당에 보내기 위한 설득에 열중했다. 일부 중진 의원이 이 대표를 피하는 바람에 지난 16일엔 강창일 의원 한 명밖에 만나지 못했다. 이 원내대표의 표현을 빌리자면 ‘코로나19 방역에 쏟아야 할 소중한 시간을 허송세월하고 있는 것’이다.

4·15 국회의원 총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민주당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도를 넘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위성 정당’ 설립에 대해 “생각하는 것 자체가 편법”이라고 했다가 “비례정당 참여는 거대 야당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불법으로 규정한 ‘현역 의원 꿔주기’를 그대로 따라하는 건 집권 여당의 책임 있는 자세로 볼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사과도 없었다.

더군다나 민주당은 통합당 의원들이 미래한국당으로 당적을 옮기자 황교안 통합당 대표와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를 고발한 바 있다. 통합당 관계자는 “황 대표와 한 대표가 만나는 것만으로 고발을 운운했던 민주당이 지금은 비례정당 비례대표 순번과 공천 작업까지 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펙트럼이 다양한 비례연합정당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한 민주당 최고위원은 “비례대표 순번 1~9번은 군소정당 후보가 가져갈 텐데 제대로 된 검증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원하지 않는 후보가 선출돼도 민주당에선 관여할 수 없어 더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벌써부터 한국당은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할 녹색당이 동성 결혼의 법제화에 찬성하는 것을 두고 민주당도 동의하는지를 묻고 있다.

지난달 6일 이후 코스피지수는 이날까지 24.9% 수직 낙하했다. 코로나19 상황이 경제 전반에 걸쳐 더 심각해졌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당은 여전히 정치적 계산에만 매몰돼 ‘후진’을 거듭하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정치적 계산을 버리고, 국민에게 매달리겠다”(1월 30일 정책조정회의)는 다짐이 말뿐이 아니었음을 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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