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코로나 지원' 실물위기 차단이 관건이다
전격적이고도 파격적이었다. 전례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 앞에 미국 중앙은행(Fed)이 15일(현지시간) 수소폭탄급 조치를 일곱 개나 터뜨렸다. 기준금리 목표를 전격적으로 1%포인트나 떨어뜨려 0~0.25%로 낮췄다. 지난 3일 0.5%포인트 인하 조치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그 두 배에 해당하는 인하 조치를 단행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지급준비금에 대한 금리도 0.25%로, 1%포인트 이상 낮췄다. 시중은행에 지급준비금을 쌓지 말라고 한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1~2개월간 정부채 5000억달러, 정부기관채 2000억달러어치를 매입해 시중에 유동성을 적극 공급하겠다고 했다. 각 연방은행은 적극적으로 시중은행과 환매거래(REPO)를 하도록 권장했으며, 만기 도래하는 정부채 혹은 정부기관채는 전액 재투자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이 모든 것을 정리하면 Fed는 기준금리를 대폭 낮춰 금융기관 자금의 비용을 과감하게 낮추는 동시에 유동성을 충분히 풀어 자금경색을 예방하겠다는 것이다. 금융기관이 아닌 일반 기업이나 서민들의 자금 공급에 애로가 없도록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라는 지침도 붙였다. 2008년 가을 서브프라임 위기 당시 Fed의 자금조달 규모(약 4조달러 추산)에는 못 미친다고 하더라도 예방조치로서만 보면 전무후무하다고 할 만하다.

문제는 효과가 있을 것이냐는 점이다. Fed의 이번 조치를 걱정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2008년 위기 때와 달리 이번 위기는 금융위기가 아니라 실물위기라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워진 게 실물경제 쪽이란 점이다. 우리나라만 놓고 보더라도 여행업, 관광업, 운수업, 숙박업, 식당업, 학교, 의료업, 문화 등 서비스업 전반에 걸쳐 충격이 확산됐다. 이들 서비스 부문은 영향을 받지 않은 업체가 없을 정도이며, 일부는 영업이 거의 전부 타격받기도 했다. 숫자로 본다면 수백만 명에 이를 수 있고, 피고용인의 숫자도 수백만 명에서 1000만 명을 넘어간다고 볼 수도 있다.

둘째,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다행히 이탈리아나 스페인에서 끝난다면 몰라도, 더 번진다면 세계적인 실물불황을 비켜가기 어렵다. 1929년 대공황도 그 이전의 대대적인 작황 부진에 의해 촉발된 것을 상기하면, 실물경제의 충격이 얼마나 큰 것인지 짐작을 하고도 남는다.

셋째, 국가 간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나라의 연합 정책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미국은 미국만을 고집하고 있고, 중국은 중국 나름대로 자국 이해에만 몰두하는 상황에서 여러 나라의 연합적인 대책을 기대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대책이다. 일단,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대폭 인하했다. 0.5%P라면 과감한 조치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필요한 자금을 필요한 곳에 시급하고 적절하게 투입하느냐 하는 점이다. 지금 당장 시급한 쪽은 중소기업과 자영업, 특히 서비스업계 영세자영업자들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주 52시간 근로제와 최저임금의 충격 그리고 수출부진으로 고통을 겪어오던 사람들이다. 이들에게는 코로나19 사태가 더 없는 부담이고 고통일 것이다.

따라서 지난해 실적을 기준 삼아 타격이 큰 업체는 50% 또는 그 이상, 타격이 이보다 적은 업체는 그보다 좀 낮은 규모로 적정 가감해 즉각 비상지원을 펼쳐야 한다. 정산은 나중에 하고, 일단 비상경영지원금을 지원해 숨통이 트이도록 해줘야 한다. 지금은 예산이나 절차를 따질 때가 아니다. 필요한 대로 무이자로 선(先)융통하고 정산은 나중에 하면 된다.

무작정 공짜로 지원하자는 것이 아니다. 무이자를 기본으로 하되 사업이 회복되는 상황을 봐가면서, 또는 2~5년에 걸쳐 회수하면 되는 것이다. 정상적인 사업자라면 사업이 회복되면 갚지 말라고 해도 갚을 것이다. 사정이 어려워서 지원을 받고도 도산을 면치 못한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세심하고도 직접적인 실물적인 지원 조치, 그것이 시급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