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버드 < WSJ 칼럼니스트 >
[THE WALL STREET JOURNAL 칼럼] 코로나發 유동성 위기 차단이 급선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과 봉쇄 조치가 계속 확대되면서 각국 정부는 경제 활동의 급작스러운 발작에 대처하는 방법을 찾아내려 하고 있다. 최근 며칠 사이 대규모 대책을 추진한 곳이 미국과 이탈리아다. 미국은 급여세 감세를 단행했고 금리를 대폭 인하했다. 이탈리아는 개인의 주택대출, 기업 융자 등의 채무 상환을 유예해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두 나라의 상황은 다르지만 대규모 이동 제한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한 측면에서 이탈리아가 더 나은 본보기라고 생각한다. 피해가 심각한 지역의 가정과 기업에선 감염 확대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이 일종의 유동성 위기로 다가온다는 점 때문이다. 따라서 지급 능력이 있고 재무적으로 건전한 개인이나 기업이 일시적 봉쇄나 제한으로 곤경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게 급선무다.

피해 지역은 유동성 위기 직면

물론 대출자에게 지나치게 타격을 줘서는 안 된다는 원칙은 있어야 한다. 상환 면제를 할 것이 아니라 대출 기한을 연장해 대출기관의 건전성이 크게 손상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만약 손상 우려가 있다면 정부가 이들 기관에 자본 확보를 위한 유동성을 일시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 중앙은행(Fed)과 영국은행(BOE)이 발표한 금리 인하도 물론 좋은 방책이긴 하지만 그것은 경제 현장에서 대출자의 협조적 행동이 있어야 비로소 큰 효과를 발휘한다. 각종 광범위한 재정 진작책이 도움이 안 된다는 것도 아니다. 봉쇄 조치가 수요 부족을 부추길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그러나 단기적인 손해를 막는 데는 사실상 별 효과가 없다.

봉쇄 조치로 가장 심각한 영향을 받는 자영업자나 개인사업주, 시급 근로자의 경우 원래 과세 대상이 되는 급여가 사라진다면 급여세 감세 또한 장점이 없다. 상당수 기업 역시 큰 폭의 적자가 나면 이익에 대한 과세가 줄어들어도 혜택이 없다.

공중위생 위기는 경제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기 때문에 시의적절한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급여세 감세보다 개인에 대한 대규모 현금 지급이 효과적이며, 신속히 시행할 필요가 있다. 홍콩은 최근 영주권을 가진 18세 이상 시민 전원에게 1만홍콩달러(약 156만원)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환영할 정책이지만, 지급받는 건 여름이 돼야 하기 때문에 효과가 나타날 무렵에는 일부 기업의 구제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

상환 유예가 가장 효과적

대출 시장은 국가별로 크게 달라 일부에선 즉각적인 모라토리엄(상환유예)을 도입하기가 매우 곤란한 경우도 있다. 미국 증권업금융시장협회(SIFMA)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주택저당증권(MBS) 자산은 1500억유로 미만으로 미국 9조달러에 비해 미미한 규모다. 복잡한 채무 공급사슬에서 초래되는 각종 장애물을 극복할 수 없는 상황은 아니라는 얘기다. MBS 채권은 자체 구조 재편으로도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정책 입안자들이 적극적으로 행동한다면 가정과 기업의 단기 유동성 위기가 지급 능력 위기로 번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정책들은 신속하게, 재무적 고통에 빠질 리스크가 가장 높은 사람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게 추진해야 한다.

정리=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이 글은 마이크 버드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가 기고한 ‘How to Stop Coronavirus Shutdowns Becoming a Crisis of Solvency’를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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