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외국선 코로나로 원격의료 뜨는데…
글로벌 원격의료업계가 전례 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병원을 직접 방문하기 꺼리는 환자가 많아져서다. 코로나19 의심 환자뿐 아니라 일반 환자까지 모두 온라인 진료로 돌아서고 있다.

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에서는 후베이성 등 주요 지역 정부가 시민을 대상으로 외출금지 명령을 내리면서 원격의료 서비스를 찾는 사람이 급증했다. 지난 5일 영국 이코노미스트 보도에 따르면 중국 원격의료 기업 징둥헬스는 최근 서비스 이용자 수가 평소보다 10배가량 늘었다. 월간 이용자 수가 20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최근 후베이성 시민을 대상으로 시범운영을 시작한 원격의료 서비스는 출시 닷새 만에 이용자 수가 10만 명을 넘겼다.

프랑스 르피가로는 지난 6일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프랑스 원격의료업계가 기록적인 실적을 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대표 원격의료업체 메다비즈는 최근 이용자 수가 매주 평균 150%씩 늘고 있다. 미국에서도 원격의료 서비스 이용자 수가 불어나면서 뉴욕증시에 상장된 원격의료업체 텔라닥헬스의 주가가 올해 들어서만 63% 상승했다.

한 가지 짚어야 할 건 세계 원격의료업계의 최근 호황이 코로나19 사태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오랜 기간 지속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이면에 숨어 있다.

중국은 2009년부터 정부 주도로 원격의료산업을 키우고 있다. 지난달에는 중국 정부가 자국 병원들에 코로나19 확산 방지책으로 원격의료를 적극 활용하라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프랑스 정부는 2009년 원격의료를 도입한 뒤 2018년부터 산업 활성화를 위해 관련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최근 의회가 코로나19 사태 대처를 위한 긴급 예산안을 가결하면서 원격의료 서비스 지원금으로 5억달러(약 6000억원)를 따로 책정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한국에서도 원격의료 도입 찬반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원격의료 허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은 2010년 이후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매번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원격의료 도입 찬성론자들은 환자 편의와 효율성, 미래 산업과 연계 가능성 등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 등은 의료사고와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세계 각국 정부가 앞다퉈 원격의료산업을 키우는 것은 부작용보다 효용이 더 크다는 판단에서일 것이다. 한국에서도 원격의료 도입을 더는 미룰 수 없는 때가 왔다는 의료 현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 지원을 먹고 자라난 해외 기업들이 결국 한국 시장까지 다 차지하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