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규모가 윤곽을 드러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재난안전대책위원장은 그제 당·정협의 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11조원이 넘는 추경안을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금액이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11조8000억원을 편성했던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당·정은 야당과 긴밀히 협의해 이번 임시국회가 끝나는 17일 이전에 추경안을 통과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런데 꼭 지적해야 할 게 있다. 추경안의 규모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필요한 곳에 돈이 효과적으로 흘러가도록 하는 일이라는 사실이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산업 기반이 붕괴될 지경에 처한 항공, 여행, 문화예술, 외식업 등 서비스업은 상당수 전문가가 “최우선적으로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업종이다. 해당 산업현장에서는 혹시라도 ‘저소득층, 소상공인, 취약노동자 우선 지원’에 밀려 생존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크다.

실제로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항공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항공업은 ‘물류 주권 수호’ 차원에서라도 반드시 살려야 할 산업으로 꼽힌다. 정부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코로나19 파급 영향 최소화와 조기 극복을 위한 민생·경제 종합대책’에 최대 3000억원 대출 지원 등의 내용이 포함되기는 했지만 항공업계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한숨을 짓고 있다. “무담보·저금리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 공항 사용료 전면 감면조치 등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게 업계 하소연이다. 세계적 기업이던 한진해운이 정부의 판단 잘못으로 해체된 것과 같은 사태가 항공산업에서 되풀이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대규모 감염병의 발생 주기가 짧아지고 있는 만큼 비상사태에 대비한 의료 인프라 확충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조언도 많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거치는 과정에서 대구·경북 지역에서 병상 부족으로 확진자가 사망한 사례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비상시 필요한 병상을 마련하는 데 자금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추경안 통과 후 예상되는 국가 재정건전성 악화를 최소화하기 위한 ‘지출 구조조정’ 전략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정부가 귀담아들어야 할 것이다.

이번 추경안은 2020년이 시작된 지 두 달여,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된 지 약 한 달 만에 논의되고 있다. 미래통합당 등 야당도 임시국회 회기 내 추경안 처리에 합의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워낙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어서다. 하지만 512조원의 ‘슈퍼 예산’이 편성돼 재정건전성 훼손 우려가 큰 상황에서 대규모 추경이 필요한 것인지를 놓고 여전히 논란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정부와 여당은 추경안이 통과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어떻게 하면 나랏돈을 효과적으로 쓸 수 있을지 숙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