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국의 국제고립이 심화되고 있다. 중국의 적반하장격 한국 출발 입국자 격리 및 차별 검역에 이어 한국인 공항 억류, 항공편 단절 같은 일이 속출하고 있다. 과도한 ‘코리아 포비아(공포증)’가 전염병보다 빠르게 퍼지는데도 외교부는 속수무책이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면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가장 기막힌 것은 중국으로부터 당하는 터무니없는 대우와 수모지만, 베트남에서 당한 일도 황당하기 그지없다. 베트남은 한국과의 외교장관 간 통화 바로 다음날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의 착륙을 불허하고 회항시켰다. ‘한국인 입국제한’에 대한 강경화 장관의 항의 전화를 받은 지 하루 만이었다. 하노이를 향해 비행 중인 항공편에 대한 일방적이고 뒤늦은 조치였다. 베트남 나름대로는 국제 전염병의 유입 가능성에 초특급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이겠지만, 도대체 대한민국을 어떤 상대로 여겼기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가. 문재인 정부가 외교 성과라고 내세워 온 ‘신남방정책’의 실체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터키에서도 한국인 228명이 공항에서 발이 묶였다. 대구를 ‘여행 금지지역’으로 지정한 미국이 추가조치를 취하기라도 한다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 벌어질 것이다. 베트남에서 휴대폰 1억5000만 대를 만드는 삼성전자의 현지 출장이 막힌 것이나, 이달부터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었던 LG디스플레이 광저우 OLED공장으로 출장 갔던 직원이 격리된 것 같은 일이 확대되면 식량과 에너지를 비롯한 수입처인들 온전하겠나.

수출입으로 먹고사는 나라가 고립되는 유례없는 일이 빚어지고 있다. 세계 9위 교역국의 고립 위기가 심화되는데 ‘외교’가 보이지 않는다. 한·중 간에도 ‘검역문제’가 최대 현안이지만 베이징의 한국 대사관은 조용하기만 하다. 신임장 제정 전부터 자국 입장을 외치고 다니는 서울의 중국 대사와 너무 비교된다. 확산되는 ‘한국 기피증’에 맞서 외교부는 그간 어떤 노력을 했는지, 지금은 어떻게 대응 중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