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되고 있다.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선 대구에선 밀려드는 환자들을 제때 수용하지 못하는 등 지역 의료시스템이 붕괴 직전에 놓였다. 2, 3차 감염자가 인근의 경북과 부산·경남은 물론 충청, 강원, 수도권 등지에서도 크게 늘면서 조만간 전국이 ‘통제불능’ 상태에 빠져들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 사태는 단순한 방역의 문제를 넘어 가뜩이나 취약한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대외관계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총체적 국가위기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입국 절차를 강화한 국가가 50여 곳에 달한다. 한때 ‘코로나 방역 모범국가’ 소리를 들었던 대한민국이 이제는 ‘코로나 코리아’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나라로 전락했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된 데에는 ‘중국 눈치보기’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초기 방역 성과를 지나치게 낙관한 청와대와 여당의 안이하고 그릇된 상황 판단이 주요 원인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3일 경제계 간담회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했다가 이내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면서 의료계 등의 비판을 자초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물론 적잖은 국민도 의아하게 여기는 현실과 동떨어진 청와대의 상황 인식은 이번만이 아니다. 글로벌 경기침체 등으로 체력이 고갈되고 있는 우리 경제가 획일적인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급속 인상, 탈(脫)원전, 원리주의적인 산업안전·환경 법규 등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용·경제 지표가 뚜렷이 개선되고 있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전문가들의 우려와 현장의 절규를 외면하고 일련의 반기업·친노조 정책들을 밀어붙였다.

청와대가 “우리가 옳고 상황이 잘될 것”이라는 낙관적 확증편향(確證偏向)에 점점 깊이 빠져드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이념과 진영논리에 사로잡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을수록 위기는 더욱 증폭될 뿐이다.

여기에는 비슷한 성향인 운동권과 좌파 시민단체 출신들이 청와대 핵심 참모진에 대거 포진한 게 문제의 본질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끼리끼리 모이다 보니 반대 의견을 내기 어려워 ‘집단사고(group thinking)’의 함정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쿠바 카스트로 정권을 전복하려다 실패한 미국 케네디 정부의 1961년 피그만(The Bay of Pigs) 습격 사건과 1986년 미국 우주왕복선 챌린저 폭발 참사가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국정을 책임지는 청와대와 여당이 집단적인 희망 사고에 젖어 현실을 제대로 못 본다면 국가의 미래가 암울해진다. 건강한 조직이 의도적으로 반대의견을 제시하는 ‘악마의 대변자(devil’s advocate)’를 두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청와대는 의사결정 과정이 현실에 눈감은 독선과 불통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는 건 아닌지 지금이라도 냉정하게 되돌아보기 바란다. 전염병을 통제하고 경제를 되살리는 데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