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에서 2003년 떨어져 나와 민영화된 한전산업개발을 다시 한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한국중부발전 등 발전 5개사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고용문제를 논의해 온 ‘발전사업 노·사·전문가 협의체’는 한국전력에 공문을 보내 한전산업개발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협의체에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발전산업 안전강화 및 고용안정 태스크포스’ 위원장이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 협의체가 요청하는 형식을 취하기는 했지만, 여당의 의중이 반영돼 한전이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와 관련, 상장사인 한전이 한전산업개발을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것은 여러모로 주주가치를 훼손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주주들이 예상치 못했던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한전산업개발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려면 한전이 지분 30% 이상을 보유한 가운데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거나, 50% 이상 지분을 소유해야 한다. 한전의 한전산업개발 지분율이 29%인 만큼 주식을 추가 매수하는 데 드는 비용은 10억∼224억원(27일 한전산업개발 종가 기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구조조정이 쉽지 않은 인력을 떠안게 돼 급여, 복리후생비 등이 포함된 판매관리비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공기업 ‘울타리’로 들어갈 경우 서비스 경쟁력이 현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크다. 한전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한전산업개발 자회사 편입을 놓고 배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상장 공기업이 정부 정책에 발맞추는 것은 잘못된 게 아니지만, 상장사이기 때문에 지켜야 할 선이라는 것도 있다. 한전은 원재료 비용 증가에도 ‘서민물가 안정’을 이유로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못했다. 2018~2019년에 3조원에 가까운 순손실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정도 적자를 본 기업이 또다시 정부발(發) 부담을 떠안겠다고 하는 것을 납득할 주주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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