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한의 리스크관리 ABC] 돌발 위기 대응책은 BCP 구축과 정기 훈련뿐
최근 큰 인기를 모은 미국 드라마 중에 ‘지정생존자(Designated Survivor)’가 있다. 대통령의 의회 연설 중 테러 공격이 가해져 대통령은 물론 부통령, 각료, 의원들까지 한꺼번에 잃는 어마어마한 재난이 터진다. 존재감이 없던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이 졸지에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다. 한시라도 국가의 리더직을 비울 수 없는 비상상황에서 이른바 ‘비즈니스 연속성 프로그램(BCP: business continuity plan)’이 빛을 발한다. 대통령 경호원이 이렇게 말한다. “장관님, 지금부터 정부 연속 프로그램이 가동됩니다.” 법에서 정한 정부 위기관리 프로그램이 가동되는 것이다.

그렇다. 지속성장을 추구하는 비즈니스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도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고, 사고 이전 상태로 최대한 복원하는 ‘연속성 프로그램’을 갖고 있어야 한다. BCP가 그것인데 이는 통상적인 리스크 관리 차원을 넘어서는 위기 상황에 적합한 프로그램이다.

[장동한의 리스크관리 ABC] 돌발 위기 대응책은 BCP 구축과 정기 훈련뿐
성공적인 BCP의 첫 번째 과정은 조직의 비즈니스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내외부적인 활동들의 상호관계를 파악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BCP 전략을 수립하고 구체적인 비상조치 방안을 마련한다. 조직 내 BCP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 사이에 BCP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정기적인 훈련과 계획의 점검 및 개선이 필요하다.

비즈니스는 사고 예방에 초점을 두고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일단 위기 사태가 발생하면 평소의 훈련과 준비된 BCP에 따라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비상사태가 수습된 뒤에는 보상과 복구에 전념한다. 아울러 장래에 벌어질 수 있는 비슷한 사태에 대비해 사고 정보를 정리하고 관련 제도와 시스템을 재정비한다.

위기관리와 BCP의 성공 사례로는 2001년 9·11 사태 당시 모건스탠리가 대표적이다. 금융회사 모건스탠리는 평소 위기 상황 대처 훈련을 주기적으로 시행했다. 이 덕분에 월드트레이드센터(WTC) 건물이 무너지는 상황에서도 직원들이 침착하게 대피할 수 있었다. 당시 근무 중이던 2700여 명의 직원 중 사망자는 13명에 불과했다. 또 맨해튼 넘어 스테이튼 아일랜드에서 운영 중이던 백업센터를 가동, 테러 발생 다음날 바로 은행 업무를 재개하는 기적을 연출하기도 했다. 지속성장을 추구하는 비즈니스에 BCP가 왜 필요한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장동한 < 건국대 국제무역학과 교수·아시아태평양보험학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