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직격탄' 맞은 관광산업 '패닉'

중소여행사 30곳 폐업…대형사도 무급 휴직 등 '초긴축'
항공업계 임금 삭감·노선 감축, 해외선 한국行 속속 중단
대형 전시·국제회의 줄줄이 취소…업계 "특단 대책 시급"
[뉴스의 맥] 여행·항공사 주3일 근무…'메르스'보다 가혹한 구조조정 직면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쇼크’로 여행·항공·마이스(MICE)산업이 고사 위기에 봉착했다. 주요 여행사들은 주 3일 근무, 전 직원 유·무급휴가 등 강도 높은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중소여행사들은 휴·폐업 위기에 몰렸다. 벌써 30여 곳이 문을 닫았다. 항공업계도 초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임직원 임금 삭감과 무급휴가를 늘리고 있다. 외국인 유입 효과가 큰 대형 전시회와 국제회의 등이 잇달아 취소돼 마이스산업도 벼랑 끝에 섰다. 업계는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보다 더 혹독한 구조조정이 뒤따를 것으로 보고 정부에 특단의 지원 대책을 요청하고 있다.

25일 서울 명동 거리엔 인적이 드물었다. 외국인 관광객은 찾아볼 수 없고, 마스크를 쓴 상인들만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하루 종일 비가 내린 탓도 있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공포가 더 컸다. 60대 중반의 기념품 가게 주인은 “30년간 장사했는데 매출이 평소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경우는 처음”이라며 “메르스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코로나 쇼크’에 관광업계 전체가 얼어붙었다.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지난달 하순부터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국내에서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 수요까지 급감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여행사다.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으로 체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코로나 사태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서는 “예약 취소업무를 처리하러 출근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업계 사정이 나빠졌다.
[뉴스의 맥] 여행·항공사 주3일 근무…'메르스'보다 가혹한 구조조정 직면

1~3위 여행사, 주3~4일 근무

국내 여행업계 1위 하나투어는 다음달부터 2개월간 전 직원을 대상으로 주 3일 근무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2위 여행사 모두투어도 단축 근무에 이어 전 임직원 최대 2개월간 유급휴가를 준비하고 있다. 3위 노랑풍선은 이달 중순부터 전 직원이 주 4일 근무를 하고 있고, 다음달부터는 2개월간 유급휴가에 들어간다.

이런 자구책조차 낼 수 없는 중소여행사는 무급휴가에 휴·폐업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미 30여 개 중소업체가 문을 닫았다.

항공업계도 코로나 사태로 승객이 급감하면서 노선 감축, 임금 삭감 등 비상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사이에서는 이번 사태로 자칫 회생 불가능한 상황까지 몰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에어부산은 임원 일괄사표에 모든 직원의 무급휴직 등 강도 높은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다. 진에어와 제주항공은 무급휴직 대상과 기간을 늘리기로 했고, 이스타항공은 ‘주 3일(24시간)’ ‘주 4일(32시간)’ ‘주 5일 4시간(20시간)’ 근무 방안을 내놨다.

아시아나항공도 직원들을 대상으로 10일간의 무급휴직을 시행하기로 했다. 대구~제주 노선 운항은 25일 이후 다음달 9일까지 14일간 중단한다. 대한항공은 객실승무원들의 1개월 연차휴가를 실시하고, 대구~제주 노선 운항을 다음달 28일까지 33일간 멈추기로 했다. 이 기간에 인천~텔아비브 노선 운항도 중단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8개 항공사의 한·중 노선은 코로나19가 중국에서 발생한 1월 초까지만 해도 주 546회 운항했지만, 2월 첫째 주엔 주 380회로 30%가량 줄고, 2월 셋째 주엔 주 126회로 77% 급감했다. 코로나 확산세가 동남아까지 미치면서 필리핀, 베트남 노선도 운항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저비용 항공사들 무급 휴가

이날 현재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한 국가가 약 20개국에 달해 항공사들의 피해는 더 커질 전망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연초부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수익은 고사하고 생존을 염려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며 “향후 사태가 잠잠해지더라도 중국 노선 재개 등 정상적인 회복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회의나 대규모 전시회, 포럼 등을 유치하는 마이스산업도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달 초까지도 사람들로 크게 북적이던 대규모 전시회장은 썰렁하기만 하다. 한 대형 전시장은 이달로 예정됐던 큰 행사 11건이 취소·연기됐고 다음달에 잡힌 9건도 취소돼 개점휴업 상태를 맞았다. 지난해 문을 연 신설 전시장에서도 이달 전시회와 회의 34건 중 19건이 취소 또는 연기됐다. 경기도가 매년 개최하는 국제 보트쇼 역시 다음달 초에서 6월로 연기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나 2015년 메르스 때보다 더 큰 피해를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사스가 기승을 부리던 2003년 상반기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 대비 16.7% 줄었다. 가장 심각했던 그해 5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39.4% 감소했다.

2015년 5월 메르스 환자가 처음 발생한 이후 방한 관광객은 6월 첫째 주에 전년 동기 대비 14.1% 줄었다. 공포가 극에 달한 넷째 주에는 59.8%까지 감소했다.

피해 규모 4조6000억원 넘을 듯

메르스로 인해 2015년 한국 관광산업 전체가 입은 피해는 최대 3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민간소비가 2015년 1분기 0.9%(전분기 대비) 증가에서 2분기엔 -0.3%로 추락했고,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분기 0.8%에서 2분기에 0.4%로 반토막이 났다. 정부는 당시 11조5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대응에 나섰지만 위축된 경제심리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2015년 메르스 수준으로 지속되면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165만 명 줄어들고 관광수입은 4조6000억원 감소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역사회 감염에 돌입한 우리나라가 타국에 의해 여행자제국으로 지정되면서 타격은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정부도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지표 변화가 메르스 때를 넘어섰다고 진단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경제지표 변화를 살펴봤더니 5년 전 메르스 사태 때보다 더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사스와 메르스 영향으로 국내 경제 성장률은 각각 연간 0.1%포인트, 0.3%포인트 하락했다.

1분기 경제 마이너스 성장 우려

세계 경제분석기관들은 한국 경제가 1분기 마이너스 성장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충격으로 한국의 전년 동기 대비 1분기 성장률이 최소 0.8~1.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소비심리도 타격을 받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6.9로 한 달 전보다 7.3포인트 급락했다. 메르스 유행 때와 낙폭이 같다. 해당 조사가 확진자 급증 이전인 지난 10~17일 이뤄졌기 때문에 3월 소비심리지수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관광업계에서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 외에 선택지가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여행사와 항공사 등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정부의 조속한 지원과 함께 감염병 사태가 하루빨리 잦아들기를 고대하고 있다.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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