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현의 논점과 관점] 민주당의 위험한 부동산 정치
경기도 ‘수·용·성(수원·용인·성남)’ 지역의 조정대상지역 지정 여부를 놓고 드러난 당·정·청 간 혼선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고도의 전략보다 ‘표 계산’에 근거해 이뤄졌음을 입증했다. 당·정·청은 지난 16일 열린 비공개 정례 고위급 협의회에서 수·용·성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문제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지정을 원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4·15총선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신중한 대응을 주문한 게 이런 결과로 이어졌다.

영통구와 권선구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은 수원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5개 선거구를 모두 민주당이 거머쥔 곳이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 강화 등 다양한 규제를 받게 되는 만큼 어떤 식으로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與 토지공개념까지 들고나와

강력한 ‘규제폭탄’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는 바람에 부동산은 이번 총선을 좌우할 핵심 이슈 중 하나가 됐다. 여당은 추가 규제 강화, 미래통합당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 규제 완화를 선거공약으로 내걸고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를 벌일 태세다. 그런데 선명성을 부각하는 과정에서 여당 인사들의 발언이 반시장적 차원을 넘어 반민주적으로까지 치닫고 있어 우려스럽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최근 각종 인터뷰를 통해 밝히고 있는 ‘부동산 정책 총선 결과 연계론’이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달 21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3주택 이상 소유자에게 부과하는 종합부동산세 세율 인상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결과에 승복해 법안 처리 여부를 결정하자”고 말했다. 이달 초엔 “총선 결과를 통해 만들어진 정치 지형 속에서 토지공개념이 포함된 개헌 논의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도 했다.

여당 원내대표가 반시장적 경제철학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토지공개념을 들고나온 것도 걱정스럽지만 “총선 결과에 따라 정책 방향을 결정하자”고 강변한 것은 충격적이다. 한국 민주주의 연구의 대표 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의 주장대로 “집권세력이 직접민주주의를 진정한 민주주의로 이해하고, 모든 인민을 다수의 총의에 복종하도록 강제하는 전체주의 체제를 꿈꾸고 있다”는 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데서 그렇다.

親시장 정책이 이끈 집값 안정

부동산 시장은 증권, 외환 등 여러 시장 가운데 가장 정치적인 곳이다. 민생과 밀접하게 연관돼 시장 흐름이 정권의 운명을 결정짓기도 했다. 어느 정권이라도 포퓰리즘적 ‘부동산 정치’의 유혹을 피하기 쉽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무주택자들의 내집 마련 꿈을 앞당겨준 것은 정치적 인기가 없는 공급 확대 결단이었다.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 개발과 도심 재개발 활성화를 각각 밀어붙인 노태우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은 반대 세력으로부터 “토건족에게 포섭당해 부동산을 투기 대상으로 만든다”고 십자포화를 맞았지만 임기 중에 시장은 안정화됐다. 수요가 있는 곳에 질 좋은 주택을 공급한 친시장 정책의 승리였다. 반면 강력한 수요 억제를 정책의 뼈대로 삼아 공급을 경시했던 노무현 정부는 과잉 유동성의 공격을 견디지 못해 집값 잡기에 실패했다. 그 결과 정권은 보수 쪽으로 넘어갔다.

숨을 한 번 고른 정부는 이르면 20일 19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다. 이 원내대표의 말대로라면 총선 결과에 따라 짓누르기가 더욱 세질 수도 있고, 정책이 수정될 수도 있다. 시장과 민심은 그에 따라 또다시 출렁댈 것이다. 이번 총선에 귀추가 주목되는 주요한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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