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동안 논란과 우려가 많던 ‘사업체 특성별 임금분포 현황’을 어제 공개했다. 이른바 공정경제 강화라는 명분 아래 끝내 강행한 것이다. 고용노동부의 ‘임금직무정보시스템’을 통해 사업체 규모·업종, 직업·경력, 남녀·학력별 등 여섯 가지 범주로 분석·가공된 임금분포 현황이 제공된다. 예를 들어 대졸 1년차의 경우 500인 이상 대기업 연봉이 평균 3975만원, 5~29인 중소기업은 2852만원이며, 이를 ‘상위 25%, 중위, 하위 25%’로 상세히 공개하는 식이다. 고용부는 이를 통해 산업현장에서 자율적인 임금격차 완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계의 우려가 적지 않다. 개별 기업의 임금분포를 공개하지 않더라도, 같은 업종 내에서 임금이 낮은 사업장의 노사 갈등을 부채질할 수 있어서다. 중소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임금 수준으로 인해 더 기피 대상이 될까봐 걱정이 태산이다. 임금분포 공개가 노조의 임금협상력을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역효과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고용부는 임금분포를 공개하면서 왜 이런 격차가 벌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임금격차 완화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하려면 상세정보 공개뿐 아니라 그 원인을 정확하고 솔직하게 분석해야 해법이 나올 것이다. 임금이 생산성의 함수이고,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의 배경에 대기업 노조들의 강력한 교섭력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눈 감아선 안 된다. 학력 간 임금격차 요인인 교육기간·생산성 차이, 남녀 임금격차 이면의 직무·업종 특성 등도 함께 고려돼야 마땅하다.

임금격차를 줄여 나가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임금분포 공개가 그 해법이 될 순 없다. 근본원인을 제대로 짚고, 그에 상응하는 임금 유연화와 고용·노동시장 개혁이 반드시 뒤따라야만 한다. 업무성과와 관계없이 매년 일률적으로 임금이 오르는 연공서열식 호봉제 임금구조, 한 번 채용하면 저(低)성과자도 정년까지 고용해야 하는 정규직 과보호, 파업권이 보장된 반면 대체인력 투입은 금지된 노동법 등의 환경에서는 임금격차가 더 벌어질 수도 있다. 임금격차 완화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하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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