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정권심판론'만으로 총선 승리?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민생 탐방에 나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표정은 밝았다. 범보수진영 통합신당인 미래통합당의 출범 취지와 당대표로서의 각오를 묻는 기자들의 말에 황 대표는 “정권 실정에 맞서 심판하려는 대통합”이라고 답했다. “문재인 정권을 이기기 위해 뜻을 모아 똘똘 뭉치는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황 대표는 17일 출범하는 미래통합당의 대표를 맡아 ‘반문(반문재인) 연대’를 이끌게 된다. 지난해 한국당 대표로 취임한 지 1년여 만이다.

진통 끝에 미래통합당이 출범하면서 보수진영에선 4·15 총선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총선이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대립 구도로 정리되면서 선거 방향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한국당의 한 당직자는 “‘정권심판론’ 구도로 선거를 치를 환경이 조성됐다”고 했다. 새로운보수당의 한 의원은 “황 대표가 종로에 출마하고, 유승민 새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양쪽이 내려놓은 모양새가 나쁘지 않다”며 “총선에서 보수 세 결집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경향신문에 칼럼을 게재한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를 검찰에 고발했다가 취하하고, 전략공천 지역 선정을 놓고 내부 반발이 일어나는 등 ‘내우외환’을 겪으면서 ‘잘만 하면 이길 수 있다’는 보수 야권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 보수 통합 바람이 총선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걱정하는 기류마저 감지된다.

하지만 낙관론만 펴기엔 미래통합당 앞에 놓인 문제가 만만치 않다. 당장 통합 세력 간 공천 지분부터 어떻게 나눌지 지켜보는 눈이 많다. 14일엔 신당의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을 놓고 시민단체 출신들이 일괄 사퇴하며 격하게 반발했다. 결국 공관위 문제는 통합준비위원회에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미래통합당의 지도부에 결정을 위임하는 쪽으로 봉합됐다. 당장 급한 물리적 통합을 위해 예민한 문제를 덮어놓은 모양새다. 장기표 통준위 공동위원장은 사퇴하면서 “통합은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할 수 있겠지만, 혁신의 모습은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게 안타깝고 부끄럽다”고 했다.

미래통합당이 ‘반문연대’ 이상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면 결국 ‘도로 새누리당’이라는 비판 속에 표심을 얻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일부 시민사회 세력이 통합 논의에서 빠진 데 이어 안철수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장도 미래통합당 참여에 선을 그으면서 외연 확장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국회 한 관계자는 “총선은 결국 중도층 표심을 얼마나 가져오느냐인데, 지금의 미래통합당을 중도층이 지지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비전과 혁신 없이 집권여당의 실수만 기다리는 무력한 야당을 지지할 유권자는 많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