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수요 억제책 담은 '12·16 대책' 부작용 본격화
정부, '두더지 게임' 하듯 시장과의 싸움에만 골몰해
공급확대 없인 '대책발표→집값 급등' 악순환 못 끊어
정부가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지 두 달이 채 안 돼 또 다른 ‘규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12·16 대책에 따른 ‘풍선효과’로 집값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경기 ‘수·용·성(수원 용인 성남)’ 중 일부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키로 한 것이다. 조정대상지역이 되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요건 강화 등 다양한 규제를 받게 된다.

12·16 대책은 발표 직후 “수요 억제 강도 측면에서 역대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시가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지’는 대책 발표 다음 날 곧바로 위헌 소송 대상이 되기도 했다. 주택공급 활성화 대책이 쏙 빠진 채 양도세 강화 등 ‘수요 억제 폭탄’이 떨어져 주요 타격 대상인 서울 강남 등 핵심지역 이외의 곳으로 돈이 몰릴 것이라는 우려도 쏟아졌다. 이런 우려가 현실화될 때까지 걸린 기간은 두 달이 채 안 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월 둘째 주(4∼10일)에 수원 권선구 아파트 값은 전주 대비 평균 2.5% 급등했다. 영통구의 상승률도 2.2%로 집계됐다. 수도권에서 2%대 주간 상승률이 나온 것은 한국감정원이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2012년 이후 처음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12·16 대책까지 18번의 부동산 안정대책을 내놓는 동안 주택시장에서는 ‘정부 대책 발표→집값 반짝 안정→재상승’의 흐름이 고착됐다. 이번에도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수·용·성뿐 아니라 그동안 잠잠하던 경기 하남, 시흥 등지의 아파트들도 최근 한 달 새 수천만원씩 뛰는 등 들썩이고 있다. 수·용·성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수도권 내 다른 곳들이 불안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나마 아직까지 서울 핵심지역 집값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수도권 지역의 집값 불안 ‘불똥’이 다시 서울로 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같은 면적 기준으로 용인과 수원 일부 지역의 집값이 서울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구) 아파트 가격의 턱밑까지 치고 올라온 만큼 서울 핵심지역 집값도 조만간 밀려 올라가게 될 것이라는 게 근거로 꼽힌다.

현 정부 들어 부동산 시장은 한쪽에서 두더지가 튀어 올라 방망이로 내려치면 다른 곳에서 튀어 오르는 ‘두더지 게임’ 같이 돼 버렸다. 이 게임을 끝낼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지역에, 원하는 수준의 아파트를 공급해 주는 것이다.

그러려면 서울 강남 및 도심 노후 지역에 대한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야 한다. 다주택자들이 마음 놓고 집을 팔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주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꽉 막혀 있던 거래가 풀리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시장이 자정능력을 되찾을 가능성이 높다. 강력한 수요 억제책을 18번이나 내놓았는데도 집값을 잡는 데 실패했다면 이제는 억지대책을 밀어붙이는 고집을 꺾을 때도 됐다. 정부가 ‘절대 지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부동산 시장과 싸울수록 집 없는 서민과 젊은이들은 더욱 절망의 늪으로 빠져드는 역설을 직시해야 한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