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에 윤성로 서울대 교수가 위촉됐다. ‘미래 먹거리 발굴’이라는 중대한 임무를 수행할 위원장 자리가 3개월의 공석 끝에 채워진 것은 희소식이지만, 씁쓸한 뒷맛도 남는다. 후임 결정과정에서 드러난 혼선을 돌아보면 새 위원장이 맞닥뜨릴 장벽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신임 위원장의 자질과 능력에 시비를 거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성과를 낸 석학인 만큼 역할을 십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전임 위원장이 청와대와 빚었던 갈등은 윤 위원장의 어깨를 무겁게 한다. 성공한 벤처기업가인 장병규 전임 위원장은 2년 임기 동안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줄곧 내왔다. “실리콘밸리에는 정해진 출근시간이 없다”며 획일적 주 52시간제를 비판했고 ‘대학등록금 자율화’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신산업 진출에 대해 선(先)허용·후(後)조치하는 중국이 부럽다”며 ‘관료주의’를 직격하기도 했다.

갈등 속에 전임 위원장이 임기를 마쳤지만, 후임으로 학자 출신이 위촉된 것은 꽤나 의외다. 민관 합동 기구라는 성격상 기업인 출신이 자연스럽다는 관측이 많았다. “현장을 잘 아는 기업인도 좋지만, 너무 기업 편만 들기보다 공적 마인드를 갖춘 인물 중에서 골랐다”는 청와대의 설명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전문가적 지식과 현장 경험으로 소신껏 일한 기업인을 ‘기업편만 들었다’고 몰아붙인 것부터 예의가 아닌 데다, 기업가를 이익집단으로 매도하는 뒤틀린 인식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혁신성장 청사진’을 위해 지혜를 모아보자는 취지로 출범했지만 중심은 민간 쪽이다. 정부위원은 6명에 불과한 반면 민간위원이 18명에 달하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위원회의 장(長)은 ‘부탁하고 일을 맡기는’ 위촉직이지, 상하규율이 우선되는 임명직이 아니다. 쓴소리를 봉쇄하고 편한 얘기나 듣기 위해서라면 굳이 위원회를 둘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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