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지역난방공사 등 주요 상장 공기업들의 주가가 최근 10년 새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경영 경직성 등의 요인으로 공기업들은 증권시장에서 민간기업들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무리한 정책을 뒷수습하느라 ‘기초체력’이 급격히 허약해진 게 주가 급락의 주요인이란 점에서 최근의 흐름을 가볍게 봐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등으로 어려움에 빠진 자영업자들에 대한 지원 차원에서 저금리 대출을 확대하고 있는 기업은행이 대표적이다. 기업은행의 13일 종가는 1만400원으로 10년 전 주가(1만3000원)보다 20% 낮다. 기업은행은 “마진을 포기한 수준”이란 평가를 받는 금리(연 1.5%)로 자금을 빌려주고 있다.

한국전력과 지역난방공사 주가는 최근 1년간 각각 24.4%, 23.1% 떨어졌다. 모두 상장(한전 1989년, 지역난방공사 2010년) 이후 가장 낮다. 두 회사는 ‘탈(脫)원전’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비용이 크게 늘었는데도 ‘서민물가 안정’을 이유로 전기 및 난방가격을 인상하지 못해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순손실을 냈다.

공기업들이 정부 정책에 맞춰 운영되는 것 자체는 잘못된 게 아니다. 예산 편성과 집행 등의 분야에서 정부 규제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도 마련돼 있다. 그러나 출범 초기부터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지적이 무수히 제기된 정책 실패가 주가급락의 핵심 요인이란 점은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가 상장 공기업 주가의 역사적 추락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행여나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돼 상장 공기업의 자본을 확충해야 할 일이 생긴다면 국고 낭비에 대한 책임까지 져야 할 수도 있다. 정부가 이런 책임으로부터 벗어나려면 하루빨리 잘못된 경제정책 수정에 나서야 한다. 그것만이 ‘공기업 실적 악화→기업가치 하락→재정 건전성 훼손’ 악순환을 끊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