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실리콘밸리식 성과 보상

“시야를 넓히고 멀리 봐야 좁은 곳도 잘 볼 수 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한국 축구대표팀을 훈련시킬 때 늘 강조했던 말이다. 축구선수에게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기업 경영에서도 멀리 보고 ‘큰 그림’을 그리는 장기 안목이 중요하다. 피터 드러커는 “단기 결과 위에 또 단기 결과를 쌓는 것만으로는 장기적인 성과를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장기 성과를 얻기 위해 활용하는 전략 중 대표적인 것이 ‘RSU 제도’와 ‘OKR 기법’이다. RSU(restricted stock unit)는 특정 기간에 목표를 달성하면 주식을 지급하는 성과보상체계다. 회사 측은 임원들의 장기 성과를 독려할 수 있고, 임원들은 눈앞의 단기 실적에 얽매이지 않고 긴 안목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어 모두에게 유익하다.

OKR은 ‘회사가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가(objective·목표)’와 ‘성과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key result·핵심 결과)’를 접목한 성과관리기법이다. 앤디 그로브 전 인텔 회장이 고안했다. 직원 40명의 작은 회사였던 구글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결정적인 요인이기도 하다. 현재 포천 500대 기업의 25%가량이 OKR로 성과를 관리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 중에서는 (주)한화가 처음으로 이를 도입했다. 한화그룹 지주사 격인 (주)한화는 주요 경영진의 성과급을 7~10년 뒤 주식으로 지급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임원들은 2027년, 대표이사급은 2030년 1월에 주식을 받게 된다. 그 전에 퇴임해도 정해진 시기에 받을 수 있다. 국내 10대 기업 임원의 재직 기간은 5~6년이다.

한화는 임직원 성과관리체계도 기존의 주간 단위 성과관리지표인 KPI(핵심성과지표)에서 분기 단위로 성과를 관리하는 OKR로 바꿨다. 지난달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 등 금융 계열사에 이미 도입했다. 그룹 내 방위산업 계열사의 지주회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도 시작했다.

《구글이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 OKR》의 저자 크리스티나 워드케는 “아침에 목표를 달성하고 싶은 마음에 신이 나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다면 훌륭한 목표가 설정됐다는 증거”라며 “방향을 알았으니 이제 보폭을 늘려 멀리 뛰는 데 집중하라”고 말한다. 그의 조언을 두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먼저 가슴 뛰는 목표를 설정하라. 그리고 강력하게 실행하라!”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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