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연장근로 사유 확대 놓고 '갈등'
제도 취지 살피면 노사 상생 가능해

백승현 경제부 차장
[편집국에서] 꼬꼬면, 코로나 그리고 특별연장근로

“‘꼬꼬면’도 ‘허니버터칩’도 특별연장근로를 활용했더라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 텐데….”

최근 사석에서 만난 정부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밑도 끝도 없이 과자와 근로기준법의 상관관계라니. 무슨 의미일까.

2014년 8월 해태제과는 허니버터칩이라는 과자를 출시했다. ‘감자칩은 짜다’는 상식을 깨고 달콤 짭짤한 이른바 ‘단짠’ 감자칩이었다. 수요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출시 첫해 매출은 200억원, 이듬해엔 단일 제품으로 매출 1000억원을 바라보는 수준까지 인기를 이어갔다. 그야말로 없어서 못 파는 상황, 그런데도 해태제과는 추가 생산을 위한 설비 증설에 즉각 나서지 않았다. 이유는 허니버터칩 인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꼬꼬면은 개그맨 이경규 씨의 아이디어를 받아 팔도가 2011년 7월 내놓은 라면이다. 출시되자마자 라면시장 판도를 바꿔놨다. 빨간 국물 일색이던 라면 시장에 하얀 국물이 대히트를 치며 첫해에만 8000만 개 이상 팔려나갔다. 이에 고무된 팔도는 이듬해 500억원을 들여 공장 증설에 나섰다. 하지만 증설 이후 매출은 고꾸라졌고 출시 1년도 안 돼 꼬꼬면은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특정 시기에 일감이 몰린다고 섣불리 공장을 지어선 안 된다는 교훈을 남긴 채.

꼬꼬면의 역사를 목격했지만 도무지 사그라들지 않는 인기에 취한 해태제과는 2015년 4월 공장 증설을 결정하고 이듬해 5월 강원 원주 제2공장 가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생산량이 늘면서 인기는 점점 시들해졌고, 지난해 기준 과자 매출 랭킹 10위까지 미끄러졌다.

최근 양대 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정부가 시행규칙을 고쳐 특별연장근로 사유를 확대하자 행정소송을 예고했다. 특별연장근로는 그야말로 특별한 재난 상황에만 허용돼야 하는 제도인데, 정부가 기업의 경영상 사정 등 ‘특별하지 않은’ 상황에도 장시간 근로를 허용해 주 52시간제를 규정한 상위법(근로기준법)을 무력화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경영상 사정에 의해 연장근로가 필요하다면 인력을 더 채용하라는 게 노동계의 오랜 주장이다.

이런 와중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까지 터지자 한편에서는 양 노총이 마스크 생산을 위한 연장근로도 반대한다고 비난하고, 노동계는 “선후관계를 조작한 악의적인 비난”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노동계는 정부가 지난해 이미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개정을 입법예고했을 때부터 소송을 예고했다.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정작 핵심은 다른 데 있다는 게 ‘허니버터칩과 특별연장근로’를 말하는 정부 관계자의 지적이다. ‘증설의 저주’, 바꿔 말하면 ‘증원의 위험’을 무릅쓰는 것은 노사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한 번 채용하면 해고가 어려운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더군다나 특별연장근로 사유 확대를 놓고 노사, 노정 간 갈등이 깊어지는 근본 원인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법안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국회의 요청으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어렵게 합의한 법안만 통과돼도 존재하지 않았을 작금의 논란이다. 20대 국회의 사실상 마지막 임시국회가 오는 17일 열린다. 탄력근로제 법안이라도 통과시켜 갈등을 해소하고 의정 사상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도 스스로 벗길 기대한다.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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