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라임사태 배경에 자리잡은
금융사 '실적 만능주의' 개선해야

하수정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agatha77@hankyung.com
[취재수첩] 장관 부인에게 고위험상품 강권한 금융사 직원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라임펀드 사태 등이 줄줄이 터진 와중에도 영업 관행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한 경제부처 관료는 금융회사들의 영업 행태를 질타했다. 그러면서 그 부처 장관이 고위험 상품 가입을 강권하는 금융사 직원 때문에 불쾌한 경험을 했다고 전했다.

얘기는 이랬다. 장관 부인이 금융상품에 가입하기 위해 서울 강남에 있는 금융사 지점을 방문했다. 해당 지점 직원에게서 원금이 보장되지 않고 구조가 복잡한 고위험 상품 여러 개를 추천받았다. 집에 돌아온 부인은 남편에게 어떤 상품에 가입할지 상의했다. 장관은 부인과 상품 하나하나를 살펴본 뒤 최근 시장상황 등을 고려해 당분간 안정적인 상품을 선택하자고 결론 내렸다. 부부가 선택한 상품은 주가지수연동예금(ELD). ELD는 주가지수 변동에 따라 금리가 결정되는 예금상품이다. 최고 5000만원까지 원리금이 보장되고, 주가가 오르면 일반 정기예금보다는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다.

문제는 그다음에 벌어졌다. 장관 부인이 ELD 상품에 가입하기 위해 지점을 다시 찾자 직원은 또다시 끈질기게 ELD가 아닌, 주가연계신탁(ELT) 등 다른 고위험 상품에 가입하라고 권했다는 것이다. ELT는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을 담은 신탁상품이다. ELD와 달리 원금 손실이 가능하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말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은행의 ELT 판매를 일부 제한하기도 했다.

장관은 ‘금융에 대한 이해가 낮은 금융소비자들이라면 얼마나 많이 당했겠느냐’며 고개를 가로저었다고 한다.

일부 금융사는 직원들의 평가 지표에 ‘회사 수익률’보다 ‘고객 수익률’을 반영해 영업 관행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인사고과의 가장 큰 비중은 실적이다. 구조화된 위험 상품은 수수료가 높아 많이 팔수록 직원 실적도 높을 수밖에 없다.

최근 투자 경험이 없는 주부와 난청에다 치매까지 있는 고령 소비자에게 해외금리연계 DLF를 판 사례가 적발됐다. 고객의 투자자 성향을 ‘공격투자형’으로 임의로 작성한 뒤 “손실 확률이 0%”라고 설명한 사례도 드러났다. 이 같은 불완전 판매는 고객을 배제한 평가기준이 만들어낸 결과다.

12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선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DLF 불법 판매에 대한 제재 절차가 진행됐다. 이어 14일엔 라임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사모펀드 제도 개편 방안이 발표된다. 최근 사태를 계기로 금융사에 만연한 ‘실적 만능주의’를 근본적으로 수술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금융 소비자들은 앞으로 상품을 상담할 때 금융사 직원 대신 로봇만 찾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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