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견기업의 83%가 “가업승계 계획이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기업 승계와 고율의 상속세 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 온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같은 경제단체가 한 게 아니라, 정부 주도의 실태조사여서 더 주목된다.

중견기업 가운데 “가업으로 승계할 예정”이라는 곳이 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매출 기준으로 중견기업은 4635개(2018년 말)로 우리 산업계의 허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기업 10곳 중 8곳이 땀 흘려 일군 사업을 가업으로 발전시켜나가지 않겠다면 심각한 문제다. 중소기업계도 비슷하다.

가장 큰 이유가 세금 때문이라는 사실은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산업부가 이번에는 빼버렸지만, 1년 전 같은 조사에서 상속세·증여세 문제가 가업승계의 걸림돌이라는 응답이 70%에 달했다. 투자·기술혁신·인력 등에 걸쳐 다양한 질문을 던졌으면서도 이번 조사에선 가업승계를 포기하는 이유를 묻지 않은 것을 보면 정부도 상속세 문제의 실상을 알고는 있는 모양이다.

한국의 실효 상속세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대주주 할증제 때문에 50%인 세율은 최고 60%가 된다. “과도한 상속세 때문에 기업의 승계 발전이 어렵다”는 숱한 지적에 따라 올해부터 세 부담을 줄인 게 최고 세율 5%포인트 ‘찔끔 인하’였다. 기업 승계를 ‘부(富)의 대물림’이나 ‘불로소득’ 정도로 여기는 편견과 질시, 단선적 시각이 아직도 여전한 것이다.

기업에 대한 시각을 바로잡을 때도 됐다. 기업 승계의 본질이 일자리의 유지·창출에 있다는 측면을 봐야 한다. 역량 있는 중소·중견기업이 장수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은 전문 기술을 축적하고 발전시켜가는 것이기도 하다. 이렇게 산업생태계가 탄탄해져야 경제가 성장한다. 중견기업인들이 회사를 팔고 부동산에나 눈길을 돌린다면 고용도 기술혁신도 기대할 수 없다. 정부는 실태조사만 할 게 아니라 알고 있는 해법을 실행해야 한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