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의 '세수 펑크'…법인세 정부 목표치보다 7조원 미달
'래퍼 효과' 무시하고 '나 홀로 세율인상' 밀어붙여 화 자초
탄탄한 성장 속 '추가 감세' 예고한 미국 정부에서 배워야
지난해 연간 국세 수입이 정부 목표치(세입예산)보다 1조원 넘게 덜 걷혔다. 정부가 10일 확정한 ‘2019회계연도 총세입·총세출’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 수입은 293조5000억원으로 세입 예산(294조8000억원)을 1조3000억원 밑돌았다. 세수 결손이 발생한 것은 2014년 이후 5년 만이다.

대규모 세수 결손에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으로 정부 목표치를 크게 밑돈 법인세(7조원 감소)를 꼽을 수밖에 없다. 2017년 법인세 최고 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한 정부는 지난해 법인세가 79조원 이상 걷힐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72조원만 걷혔다. 최저임금 급속 인상, 반도체 불황,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등으로 기업 경영여건이 악화되면서 상장법인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2018년보다 35% 감소한 탓이다. 과중한 법인세 부담이 불황기에 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켜 결과적으로 대규모 법인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는 세수 부족 사태가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올해 국세 수입을 작년보다 1조5000억원 적은 292조원으로 잡았다. 정부 스스로 전년도 기업 실적을 토대로 거둬들이는 법인세 특성을 감안해 올해 세수 사정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쇼크까지 겹쳐 실제 세수가 정부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세수 참사’가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기업이 흔들리면 법인세율을 올리고 세무조사를 강화하는 방법 등으로 기업을 쥐어짜도 세금이 덜 걷힐 수밖에 없음은 자명하다.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이 법인세율 인상이 아니라 인하를 선택한 데는 이유가 있다. 법인세율 인하가 고용의 원천인 기업 투자를 촉진하고 경제 성장률을 높여 세수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학자인 아서 래퍼가 세율과 조세 수입의 관계를 정리한 ‘래퍼 곡선(Laffer curve)’에서 입증됐듯, 세율이 일정 구간보다 높으면 조세 저항과 경제활동 유인 감소로 총 세수는 줄어든다. 그 반대로 세율이 낮아지면 총 세수가 늘어난다는 ‘래퍼 효과’는 각국의 사례를 통해 숱하게 입증된 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최근 개인소득세 감세혜택을 2035년까지 10년 연장하는 이른바 ‘감세 2.0’을 내놓은 것은 이런 믿음과 자신감 때문이다. 미국이 지난해 2.9%의 탄탄한 성장을 이룬 것은 파격적인 법인세율 인하(최고 세율 35%→21%) 등 트럼프 대통령이 일관되게 편 친기업 정책 덕분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목표치를 밑돈 법인세수 급감 이유를 곱씹어 봐야 한다. 경영 활동이 활발해야 기업이 이익을 내고 세금도 자연스레 더 걷히게 마련이다. 이전 정부의 세금 감면 축소와 반도체 호황 등으로 그동안 누려온 ‘세수 풍년’을 더는 기대하기 어렵다. 대내외 여건이 어려울수록 조세부담을 낮추고 각종 규제를 혁파해 경제에 숨통을 터주는 것이 국민으로부터 국정을 위임받은 정부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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