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걸리고도 대수롭지 않게 활보
단체생활 감염 예방 수칙 지켜야

노유정 지식사회부 기자 yjroh@hankyung.com
[취재수첩] '감염병 에티켓' 지키자는 목소리들

“독감에 걸려놓고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마스크도 안쓴채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이 많잖아요. 이런 분위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2차, 3차 감염자를 낳은 것 아니겠어요.”

‘중국인 관광객 출입금지’ 팻말을 달고 영업했던 서울의 한 음식점 직원이 한 말이다. 그는 “우한 폐렴 때문에 식당 안에서 중국말이 들리면 한국인 손님들이 나간다”며 “하지만 한국에서 우한 폐렴이 확산된 것은 한국의 감염자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녔기 때문 아니냐”고 되물었다.

국내에서 우한 폐렴이 확산되던 초기에 발열 증상 등을 겪고도 서울 강남 일대를 마음대로 다닌 세 번째 확진자와 대중교통인 버스를 타고 웨딩숍 등을 방문한 다섯 번째 확진자의 동선이 공개됐을 때 SNS에서는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거셌다. “아픈데 왜 돌아다녔느냐, 마스크도 하지 않고 다닌 것은 너무 심했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우한 폐렴 사태를 계기로 바이러스 감염에 둔감했던 우리 사회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 확진자 가운데 일부가 증상 발현 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일상생활을 한 결과 2차, 3차 감염자가 발생했고 확진자가 방문한 가게들은 일정 기간 문을 닫아야 했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마스크를 쓰고, 감염 증상이 있으면 사람이 많은 장소에 가지 않는 ‘감염병 에티켓’을 지키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보건복지부도 ‘단체생활 감염병 예방수칙’에서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다른 사람과 접촉하지 않고 의료기관 진료를 받을 것” “전염 기간 어린이집과 학교에 가지 말고, 학원 등 사람 많은 장소에 가지 말 것” 등을 당부하고 있다.

그러나 우한 폐렴이 확산되기 전인 연말연시에 법정전염병인 독감이 유행했을 때 독감 판정을 받고도 학원과 교회 등 공공장소에 가는 사람이 많았다. 한 맘카페 회원은 기자에게 “독감에 걸린 학생 한 명이 학원에 와서 아이들에게 옮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최근 교회에서도 한 여성이 ‘저 독감 걸렸어요’라며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니 기가 찼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사이에서는 회사 분위기 때문에 전염병에 걸려도 어쩔 수 없이 출근한다는 불만이 흔하다. 20대 직장인 A씨는 “지난해 법정감염병인 노로바이러스에 걸렸을 때 음식과 물을 통해 전염될 수 있어 고객과의 술자리에 가기 어렵다고 말하니 상사가 일할 자세가 안 됐다고 혼냈다”며 “술자리에 있는 사람들과 그들의 가족까지 전염될 수 있다는 인식이 조직에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감염병에 걸리고 이를 타인에게 옮기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전염 불감증’ 태도도 이제는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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