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이제 세제 개편을 고민할 때다
지난해 국세수입이 293조5000억원으로 세입예산에 비해 1조3000억원 덜 걷혀 4년 만에 세수에 ‘펑크’가 났다. 지난해 세수 실적은 2018년의 293조6000억원에 비해 소폭 감소한 것으로, 2016년 이후 지속됐던 ‘세수 풍년’이 끝났음을 알려준다. 기획재정부는 수출 부진 등 경기 침체에 따라 법인세가 예상보다 많이 줄었고, 경기활성화를 위한 증권거래세 인하(7000억원), 유류세 일시 인하 연장(5000억원), 개별소비세 일시 인하(1000억원) 등 세금 감면이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기재부는 올해 292조원의 국세수입을 확정했는데, 지방소비세율을 16%에서 21%로 올리면서 약 5조1000억원의 재원이 지방으로 이전된 것을 감안하면 대략 297조원의 세수를 확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경기가 약화되고, 이에 대한 세제 지원에 나설 경우 올해 또다시 세수 부족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이미 512조원의 ‘슈퍼 예산’으로 불리는 본예산을 편성해 재정적자가 작년보다 두 배 가까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추경까지 편성하면 대규모 적자국채를 발행해야 하기 때문에 이 역시 만만치 않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2018년 10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42조3000억원으로, 2015년의 38조원을 넘어섰으며 올해 71조5000억원, 내년 81조8000억원, 후년에는 85조6000억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올해에만 60조원 규모의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향후 계속해서 확대될 것이다.

기재부는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39.8% 수준인 국가채무비율이 3년 뒤에는 46.4%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국가채무비율이 선진국의 경우 70%, 신흥국의 경우 30%를 넘으면 재정위기 발생 확률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IMF는 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선진국과 신흥국의 중간 정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재정적자를 국채 발행으로 보전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궁극적으로 지출예산 확대를 줄이면서 세수를 늘리는 수밖에 없다.

세수 확대가 불가피해지면서 이제 국세와 지방세를 포함한 세수를 전면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이 됐다. 조세원칙에는 조세정의와 함께 응능부담의 원칙과 개세주의 원칙이 있다. 응능주의는 과세의 표준을 각 개인의 부담 능력에 따라 부담하는 것으로, 누진세율의 근간이 된다. 반면 개세주의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세금을 내야 한다. 이 원칙에 따라 세수를 늘리는 방법은 세율을 높이는 방법과 세원을 확대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세수가 필요하면 고소득층에게서 더 받아내는 식으로 충당해왔다. 특히 지난 정부부터 거의 2년에 한 번꼴로 도입한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를 통해 누진율이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6.8%며, 이들이 전체 소득세의 78.5%를 냈다. 반면 근로자의 41%는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미국의 경우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7%인데 소득세는 70%를 내고 있다. 면세자 비율 역시 30.7%로 우리보다 낮다. 주요국 중 한국과 가장 비슷한 누진율을 보이는 국가가 일본이다. 우리와 비슷하게 상위 10%가 78.5%의 소득세를 부담한다. 반면 근로소득 면세자 비중은 15.5%로 현저히 낮다. 여기에 최근 급증한 부동산 보유세,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상속세를 고려하면 부유층에 대한 과세도 이제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결국 급격히 늘어나는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응능주의와 개세주의를 조화시키는 수밖에 없다. 문제는 개세주의를 확대해 면세자 비율을 줄이면 한국 경제의 병폐 중 하나인 부의 불평등 문제가 심화될 우려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복지지출의 재분배 기능을 병행해 활성화해야 한다. 지금처럼 소수에게서 세금을 걷어 다같이 나눠쓰기보다 현재의 누진세율 구조를 유지하더라도 더 많은 사람이 세금을 내고 이를 저소득층에 집중해 쓰는 것이 재정 건전성도 유지하고 불평등 문제도 해소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