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MPS 총회를 다녀와서] "약점과 문제 있지만 시장경제가 답이다"
‘몽펠르랭 소사이어티(MPS·Mont Pelerin Society) 2020 특별총회’가 지난달 15~17일 미국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에서 열렸다. ‘과거에서 미래로: 자유사회를 만들기 위한 이념과 행동의 역사’를 주제로 열린 이번 총회에는 전 세계에서 376명의 자유주의자들이 모였다. 노벨상 후보로 꼽히는 석학들과 신진학자, 자유주의 이념을 가진 정·재계 인사들이 망라됐다.

MPS는 오스트리아학파의 태두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교수가 1947년 스위스 휴양도시 몽펠르랭에서 창립한 자유주의 학회다. 루드비히 폰 미제스, 밀턴 프리드먼, 칼 포퍼 등 자유주의 석학 39명이 창립 멤버다. 하이에크(1974년), 프리드먼(1976년) 등 MPS 회원 8명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면서 자유주의의 본산으로 성장해왔다. 매년 총회를 개최하는데, 한국에서는 2017년 MPS 창립 70주년 기념 총회가 열렸다.

MPS 총회가 후버연구소에서 열리기는 40년 만이다. 총회에 참석한 원로들은 1980년 당시 총회에서 하이에크와 프리드먼 교수가 함께 진행한 세션을 기억했다. 시카고대에서 정년퇴직하고 후버연구소로 옮겨와 자유주의 사상을 전 세계에 전파하면서 MPS 총회를 연 프리드먼 교수의 주장과 노력을 기리면서 앞으로의 과제를 모색해보자는 것이 이번 총회의 주된 목표였다.

총회를 주최한 존 테일러 MPS 회장은 스탠퍼드대와 후버연구소의 석좌교수로,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참조하는 ‘테일러 준칙’의 주인공이다. 노벨경제학상 후보로 자주 하마평에 오르는 사람이다. 테일러 회장은 이번 총회에 경제 및 정치 분야 거물급 인사들을 강연자로 초청했다.

조지 슐츠 전 미국 국무장관은 1957~1969년 시카고대 경영대 교수 재직 시절 프리드먼 교수 등 시카고학파로부터 이론개발과 실증연구를 철저하게 병행하는 전통을 배웠다며 시카고학파 사람들이 자주 부른 노래를 직접 들려줬다. 가사는 “이론이 없는 사실은 뱃사공 없는 배요, 사실이 없는 이론은 한없이 슬플 뿐!”이란 것이었다.

이 밖에 ‘하버거 삼각형’이란 이론으로 유명한 아널드 하버거 교수와 그의 제자인 파울루 게지스 브라질 경제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이사장 등이 주목을 끌었다. 필자는 프리드먼 교수의 강연 영상물 5개를 뽑아 청중에게 보여줬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세금 부담은 기관이 아니라 사람이 진다” “소득의 평등을 경제적 자유 앞에 두면 두 개 다 잃지만, 경제적 자유를 소득의 평등 앞에 두면 두 개 다 얻는다”는 프리드먼 교수의 명쾌한 강연에 청중은 무릎을 쳤다.

자유기업과 시장체제를 적극적으로 홍보해온 MPS 회원들에게 자성을 촉구하는 강연도 있었다. 러셀 로버츠 스탠퍼드대 석좌교수는 “중산층 아래 가난한 계층에 있는 사람들의 현실을 주목해야 한다”며 “그들의 경제적 지위가 대를 이어 향상될 수 있도록 고등 교육과 기술 습득 기회를 늘리는 대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이에크와 프리드먼 등은 1947년 당시 끔찍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에도 자유를 억압하는 전체주의의 망령이 세계에 드리우고 있음을 개탄하며 MPS를 창립했다. 전 세계를 자유사회로 만들려고 했던 노력이 70여 년 넘게 계속되고 있지만,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는 이념과 정책들은 세계에서 끊이질 않는다. 공산주의 경제체제가 몰락하는 것을 세계인들이 목격했는데도 말이다. 이론과 사실로 볼 때 결국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만이 최선의 대안이라는 것, 그래서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의 약점과 문제점을 찾아내고 지속적으로 고쳐 나가는 것이 MPS의 설립 목적이었음을 다시 확인한 총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