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늘부터 시행에 들어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제한적 입국 금지’ 조치는 여러모로 문제가 많다. 중국 내 누적 사망자(361명·3일 0시 기준)가 ‘대재앙’으로 불렸던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를 넘어서는 등 우한 폐렴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시기적으로 늦었고, 내용 면에서도 실효성이 부족하다.

정부가 지난 2일 발표한 ‘제한적 입국 금지’는 중국 후베이성을 14일 이내 방문했거나 체류한 적이 있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지난달 23일 우한 등 후베이성 주요 도시들을 이미 봉쇄한 터여서 사실상 추가적인 방역효과가 거의 없다.

미국 러시아 등 세계 60여 개국이 이미 중국인 입국 금지 등 강력한 방역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일본과 말레이시아 정도가 한국처럼 후베이성 방문 외국인에 대해서만 입국을 제한하고 있다. 그렇지만 두 나라는 한국보다 4~5일 일찍 이를 시행해 의심 환자들의 대량 유입을 차단했다. “선제조치는 빠르고 과하다 싶을 만큼 강력해야 한다”는 정부가 되레 소극적이다. “친중(親中)노선을 표방하는 현 정부가 중국 눈치를 보느라 마지못해 ‘보여주기식 뒷북 조치’를 내놓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중국 눈치보기’는 중국인 관광 비자 발급과 우한 교민 수송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갈팡질팡 행보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지난 2일 중국인에 대한 관광비자 발급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가 두 시간 뒤 ‘중단 검토’로 바꿨다. ‘대탈출’로 비치는 것을 꺼려한 중국 정부의 몽니에 우한 거주 교민 수송이 차질을 빚은 것도 ‘사드 보복’ 등 중국의 무례와 오만에 항의도 하지 않는 저자세 외교의 업보(業報)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세계 각국은 우한 폐렴을 ‘글로벌 재앙’으로 촉발시킨 중국이 어떤 조치를 취할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입국 금지 지역 확대 등 보다 강력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 ‘중국 눈치보기’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국민 안전도 국격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