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라구람 라잔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최근 논란인 기본소득 제도를 신랄하게 비판해 주목을 끈다. 라잔 교수는 컬럼비아대 주최 좌담회에서 “기본소득을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열반’에 이르는 방법처럼 보는 좌파들이 있다”며 “매우 쉬운 해결책 같지만 잘 들여다보면 온통 문제투성이”라고 꼬집었다.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인 앤드루 양이 기술 발전에 따른 실업 문제 해결책으로 모든 성인에게 월 1000달러(약 120만원)를 주겠다는 공약으로 인기를 끌지만, 이는 ‘쓸데없이 돈을 뿌리는 짓’이라고 일축한 것이다.

라잔 교수는 세 가지 문제점을 꼽았다. 큰 폭의 세금 인상이 불가피하고, 경제활동을 포기하는 사람이 잔뜩 늘어나며, 모든 일자리를 고비용 구조로 만들어 고용 창출을 더 어렵게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사람들이 집에서 컴퓨터만 껴안고 산다면 어떻게 그들이 다시 바깥으로 나와 활동하게 만들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어떤 직업이든 기본소득보다 훨씬 많은 임금을 줘야 사람들이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 각지에서 기본소득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필연’인 양 치켜세우는 판국에, 소득 격차와 민주주의 위기를 천착해온 석학이 조목조목 문제점을 들어 비판한 것은 그냥 흘려들을 일이 아니다. 국회의원 총선거를 겨냥해 기본소득당이 등장하고, 여야 예비후보들이 기본소득 공약을 앞다퉈 내놓는 한국의 포퓰리즘 정치 풍토에선 더욱 그렇다. 기본소득을 기존 복지에 현금을 더 얹어주는 것처럼 묘사하며 표심을 유혹한다. 무책임한 정상배들을 걸러내는 것은 유권자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