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데이터 융합서비스 창출'이 올해 IT산업의 화두
작년 이맘때쯤 필자는 2019년 정보기술(IT) 산업의 큰 흐름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고 전망했다(한경 2019년 1월 29일자 A33면 참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직역하면 ‘디지털 전환’ 또는 ‘디지털 변환’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내용을 보면, 아날로그 형태를 디지털 형태로 변환하는 ‘전산화(digitization)’ 단계와 산업에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는 ‘디지털화(digitalization)’ 단계를 거쳐 기업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제품, 서비스 창출을 목적으로 디지털 역량을 활용해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거나 시장을 혁신하는 단계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하나의 이벤트적인 트렌드가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타고 오는 변화와 혁신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2019년을 이런 변화와 혁신의 원년으로 보고 디지털 전환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런데 2019년엔 디지털 전환이 개념 정도에 머물렀다면, 올해는 실질적이고 실용적인 디지털 전환이 기업에서 시작되고 일부는 성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즉, 올해의 가장 큰 변화는 ‘실용적 디지털 전환’으로 보인다.

기업들의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에는 ‘디지털 데이터’와 ‘융합’ 두 요소가 중요하다. 디지털 역량이 크지 않은 기업은 보통 자기 사업을 전산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도를 디지털 전환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예를 들어 커피 유동 기업이 판매하는 커피를 온라인 메뉴에 올리고 구매하게 한다면 이는 단순 디지털화 단계에 머무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온라인 판매 시스템을 통해 구매 고객의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고객 취향에 맞는 다른 상품을 제공한다든지, 커피가 떨어질 때쯤 고객에게 알려서 구매를 유도한다든지 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이는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진정한 디지털 전환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디지털 전환은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어떻게 활용해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줄 것인지가 매우 중요하다.

둘째, 데이터를 수집·분석했다면 이를 다른 분야와 융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융합 전략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거의 모든 커피 매장이 제공하는 ‘포인트’는 고객의 충성심을 유도하는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포인트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취급하는 물품만 구매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커피뿐 아니라 커피 관련 용품 회사, 디저트 회사와 연합해 포인트를 공유하도록 한다면 고객들에게는 새로운 서비스가 될 것이고, 고객 충성도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항만 수출입 물류서비스 전문기업의 최근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화물 운송에 대한 실시간 데이터를 금융회사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공유함으로써 자신들의 물류 서비스 플랫폼에 금융 서비스를 융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화물 데이터를 공유하면 운송자, 선주, 화물을 위탁한 사업자 간 야간 지급·결제 등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다. 또 금융회사는 이들의 계약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어 신용도를 바로 평가하고, 이를 근간으로 실용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처럼 금융 서비스와의 융합뿐 아니라 향후 화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차량 및 선박 주유 서비스, 항만 주변의 식당 서비스 등을 실시간 연동한다면 새로운 시장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매년 그랬지만 올해도 경제가 어려울 것이라고 걱정을 많이 한다. 우리 경제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지만, 더 이상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좁은 시장 안에서 치열하게 ‘땅따먹기’하는 형국이라 힘이 들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따라서 디지털 전환을 통해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어떤 새로운 융합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을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2020년의 IT 화두는 ‘디지털 데이터와 융합 서비스의 창출’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