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반려동물 세금 전쟁
K씨는 얼마 전 기르던 고양이가 갑자기 구토를 심하게 하며 쓰러지더니 숨도 잘 못 쉬는 일을 겪었다. 병원에서는 췌장염이라고 했다. 이후 10여 일간 검사 및 치료비로 들어간 돈이 300만원에 육박한다. 입양비의 거의 100배에 달하는 비용이지만 가족과 다름 없는 고양이가 생사의 기로를 오가는데 가만 있을 수는 없었다고 한다.

국민의 4분의 1인 1400만 명이 반려동물을 기르는 시대를 맞아 적잖은 이들이 이와 비슷한 경우를 겪는다. 인간의 병원비를 훨씬 웃도는 비용이 종종 나오지만 ‘식구’를 살려내려면 어쩔 수 없다. 비싼 의료비는 매년 버려지는 반려동물 숫자가 늘어나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는 점에서 새로운 골칫거리다.

그런 와중에 반려동물 세금 문제가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22년부터 ‘반려동물 보유세’ 부과 문제를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반려동물 보호센터와 전문기관 설치 운영비로 쓰겠다는 구상이지만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가뜩이나 의료비 부담이 큰데 세금까지 내라면 어떡하냐”며 유기와 미등록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세수가 구멍 나니 이제는 반려동물에까지 과세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도 들린다. 찬성 의견도 있다. 유기동물 관리 예산 확충과 책임있는 반려 문화 정착에 필요하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논란이 커지면서 정부도 여론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그런데 그 틈새를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파고들었다. 반려인 과세를 검토한다는 정부와 반대로 반려동물 의료비 관련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총선 공약을 내건 것이다. 진료비에서 부가가치세를 면제하고 일정 부분 소득공제해 주겠다는 게 골자다. 동물 의료보험을 만드는 방안과 유기견 입양 시 예방접종비를 재정에서 지원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반려인 ‘표심’ 공략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먼저 시작했다. 김병욱 의원은 지난해 말 반려동물 의료비 절감 등을 내용으로 한 3개법(보험업법, 수의사법,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당시엔 큰 관심을 못 끌었는데 이번에 정부가 반려동물 보유세 방침을 꺼내면서 “한국당 좋은 일만 시켰다”는 이야기도 나올 법하다. 세금 문제는 모든 선거에서 핵심 이슈다. 이제는 반려동물 세금까지도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