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역행하는 부동산정책
노무현 정부서 실패했는데
文정부 들어서도 여전히 집착

강력한 대책 계속 쏟아지지만
'강남 집 파나' 관음증만 커져
정부 신뢰도 바닥 수준 아닌가

현승윤 이사대우·독자서비스국장
[현승윤 칼럼] 코미디가 된 '부동산과의 전쟁'

“역사는 되풀이된다. 처음에는 비극으로, 그다음에는 웃음거리로.” 종종 인용되는 이 말은 공산주의 창시자인 독일의 카를 마르크스가 나폴레옹 3세(샤를 루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를 조롱하면서 썼던 글의 한 구절이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으로 탄생한 공화정을 무너뜨리고 제정(帝政)을 출범시킨 나폴레옹 황제(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등장이 역사의 흐름을 거슬렀던 비극이라면, 40여 년 뒤 나폴레옹 3세의 황제 등극은 ‘코미디’라는 얘기다.

나폴레옹 3세가 ‘엉터리’는 아니었고, 역사가 그런 식으로 반복되는 것도 물론 아니다. 하지만 요즘 정부와 여당의 부동산 정책을 보면 이보다 적절한 표현을 찾기가 어려운 것 같다. 시장의 흐름에 맞섰던 노무현 정부가 ‘실패’했는데도 문재인 정부는 시장을 거스르는 정책들에 여전히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시행된 고가주택 보유자에 대한 전세자금대출 금지가 대표적이다.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을 보유하고 있으면 전세자금을 은행에서 빌릴 수 없게 됐다. 여윳돈이 없으면 기존 집을 팔고 ‘강남’에 가라는 얘기다. 서울 강남 전세 수요는 자녀 교육, 직장 문제로 인한 게 대부분이다. 이들에게 전세대출을 막고 강남에서 집을 사라고 강요하는 게 정상적인 정책인가.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의원 총선거 후보자들에게 ‘2년 안에 부동산 규제지역에 있는 비거주 주택을 팔겠다’는 부동산 매각 서약서를 쓰도록 했다. 비거주 주택은 빈집이 아니다. 누군가가 살고 있는 집이다. 매물로 나온다고 해서 공급 효과가 생기지 않는다. 보여주기용 홍보 정책이다.

주택은 주식과 비교하면 가격 변동이 거의 없다. 시장 전체가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는 주식시장과는 차원이 다르다. 취득세와 중개수수료 등 거래비용이 많이 들어 단기적인 투기 거래도 거의 불가능하다. 보유기간이 길어 투자수익률이 높아 보일 뿐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쉴러 미국 예일대 교수는 저서 《비이성적 과열》에서 “(대공황이 발생한) 1929년 전후에도 주택가격은 놀랄 만큼 안정적이었다”며 “전국적으로 보면 소비자물가지수만큼 움직였다”고 분석했다.

물론 주택시장 전체에 거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도 2차 세계대전 직후와 1990년대 후반 이후 두 차례 주택가격 급등이 있었다. 첫 번째 시기는 전쟁에서 돌아온 수많은 젊은이가 결혼하고 자녀를 낳았던 베이비붐 시대다. 하지만 이때는 모든 물가가 올랐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집값 급등은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인위적인 확대와 대출자산의 증권화 등 ‘주택 금융’이 문제였다. 대공황 직전의 플로리다, 1970년대 캘리포니아, 1980년대 동부 및 서부 해안지역의 주택경기 호황은 전국 그래프에 나타나지 않는 지역적인 현상이었다.

한국에서도 전국 주택가격은 소비자물가와 비슷하게 움직여왔다. 다만 교육, 교통, 직장 여건이 좋아졌거나 앞으로 좋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곳의 주택가격은 더 올랐다. 서울 집값이 최근 급등한 것도 비슷한 이유다. 지방의 명문 사립고 폐지,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따른 민간 대기업의 서울 입성, 재건축·재개발 규제 강화에 따른 주택 공급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국지적 현상이다.

하지만 정부는 주택시장을 여전히 ‘전쟁터’로 보고 있다. 과세 강화와 대출 규제, 자금출처 조사 등 전방위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포한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더 강력한 대책을 끝없이 내놓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제 사람들의 관심은 쏟아지는 강경책보다 사소한 것들로 바뀌고 있다. 아파트 두 채를 갖고 있는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서울 반포 아파트를 처분할 것인지, 종로 출마를 준비하는 이낙연 전 총리는 서울 잠원동 아파트를 팔 것인지 하는 것 등이 뉴스거리가 되고 있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는 정도가 아니라 그 사람의 얼굴과 행동을 지켜보고 있다. 거의 관음증 수준이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시장 신뢰가 바닥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방증이다. 부동산과의 전쟁은 이미 ‘코미디’가 돼가고 있다.

hyun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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