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호주 산불 등 초대형 재난과 태풍 가뭄 폭염 등 기상이변이 빈발해 경각심을 더욱 고조시킨다. 지구온난화가 자연순환 탓인지, 인류의 탄소배출 탓인지는 여전히 논란이지만, 둘 다 원인으로 봐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자연순환은 어쩔 수 없어도,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게을리한다면 기후난민과 인류 대이동 같은 초유의 재앙이 닥칠 것이란 경고도 적지 않다. 세계의 정치·경제지도자 3000여 명이 모인 세계경제포럼이 기후변화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주된 논제로 삼은 배경이다.

기후변화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게 에너지정책이다. 온실가스 문제가 발등의 불이지만 신재생에너지로 전력수요를 안정적으로 감당할 나라는 없다. 때문에 석탄 LNG(액화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발전을 줄이는 대안으로 온실가스가 나오지 않는 원자력 발전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진 것이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脫)원전 붐이 일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탈원전보다 탈탄소화가 급하다’는 쪽으로 각국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 10대 원전 국가 중 독일 한국을 제외한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가 ‘원전 유지’, 중국 러시아 인도 우크라이나는 ‘원전 확대’로 방향을 잡았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맞는 방향인지 거듭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탈원전을 강행하면서도 2030년 온실가스를 배출전망치(8억5080만t) 대비 37% 감축한 5억3600만t으로 줄이겠다고 유엔에 약속했다. 하지만 현실은 원전 가동률이 낮아진 대신 석탄발전 비중이 40%대로 올라 되레 탄소배출량이 급증하는 악순환이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탈탈 털어봐야 전체 발전량의 7%에 불과하다. 낮은 가동률과 환경 파괴도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지난해 11월 한국이 탈원전 정책을 계속 추진하면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은커녕 목표치보다 탄소배출량이 15%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을 정도다.

많은 전문가가 탈원전과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정책 모순’이라고 지적한다. 세계 7위 탄소배출국인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기후 악당(climate villain)’이란 오명까지 듣는 판이다. 더구나 올해는 국가별 감축목표(NDC) 갱신 및 2050년까지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을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정부 감축 목표대로면 해마다 1000만t을 줄여야 할 텐데, 지금처럼 탈원전을 고집한다면 아무 대책이 없음을 시인하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우려가 커질수록 감축이행 압력이 거세진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정부가 벤치마킹했던 유럽연합(EU)에서는 원전을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인정해 각국 선택에 맡기고 있다. 탈원전에 가장 적극적이던 독일은 전기값이 뛰고 부족한 전기를 수입에 의존하는 등 부작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제는 더 이상 잘못 끼운 단추와도 같은 탈원전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기후변화 대책 수립을 출구전략 삼아 에너지 정책을 전면 재구축하고, 국제사회의 탈탄소화 노력에 적극 동참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