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신드루 < WSJ 칼럼니스트 >
[THE WALL STREET JOURNAL 칼럼] 세계 경기 회복되고 있나

지난 16일 성사된 미국과 중국 간 무역합의가 과연 세계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다행히도 세계 경제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없을지 모른다. 투자자들은 다음과 같은 모순에 직면해 있다. 즉, 주식시장은 올해 들어 무역전쟁 휴전에 따른 낙관론으로 가득 차 있지만 정작 경제지표는 그다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은 15일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6년 만에 가장 부진했다고 발표했다. 지난주 발표된 작년 11월 영국 국내총생산(GDP)은 예상외로 줄어들었고 영국 중앙은행이 이달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이 퍼졌다. 10일 발표된 미 고용 통계도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상을 밑돌았다.

반면 시장에서는 갑작스러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주가를 움직였다. 애널리스트들은 S&P500 기업의 2020년 1분기(1~3월) 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그 이후에도 성장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3분기는 수익이 줄어든 상태인 데다 4분기도 수익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나온 전망이다.

시장선 회복 기대감 갈수록 커져

미·중 합의에 큰 기대를 거는 건 근시안적인 것처럼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전쟁은 세계 제조업 침체의 한 요인이기는 하지만 구조적 문제에 따른 중국의 수입 감소, 자동차업계의 녹색기술 전환과 같은 장기적인 요인도 존재한다. 하지만 경제지표를 깊이 파고들면 투자가가 원하는 데이터를 더 얻을 수 있다.

며칠 전 발표에 따르면 상하이 해운거래소(SSE)가 집계한 중국의 수출 컨테이너 화물 운임은 2015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급상승했다. 이 지표는 전통적으로 중국 수출에 선행하는 지표가 되고 있다. 세계 수출 동향을 점치는 또 하나의 기준으로 주목되는 구리 가격도 최근 2개월간 7%가량 치솟았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제조업 약세를 지적하지만 신규 수출 수주는 최근 몇 주 동안 서서히 회복하고 있다.

독일 GDP에서도 희망이 엿보인다. 지난해 독일 경기침체의 대부분은 기업 재고 감소에 기인했다. 2012년 이후 재고 감소는 GDP 증가율을 하락시키는 최대 요인이었다.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브랜드 등은 가까운 시일 내에 부품 공급을 보충할 필요를 느낄 것으로 보여 제조업의 완만한 상승효과를 가져올 것 같다.

지난해 9월 저점 찍었다는 분석도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의 애널리스트가 이번주 지적한 바에 따르면 미국 화학 부문에선 이미 재고가 조정됐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화학공업협회(ACC)의 지표가 대폭 개선된 것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이런 지표는 미 공급관리자협회(ISM) 등의 광범위한 업계 조사에 선행하는 경향이 강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서구의 경기변동 지표로 추적한 주요 선행 지표는 지난해 9월 경제활동에서 저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놀랍게도 9월이란 시점은 무역마찰 합의에 관한 기대가 불거지기 전이다.

투자가들이 기대하는 수익의 갑작스런 개선은 물론 지나친 감이 있다. 하지만 트럼프의 새로운 무역협정을 둘러싼 낙관론은 비록 우연의 일치라곤 해도 적절한 시기에 이뤄졌을지 모른다.

정리=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이 글은 존 신드루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가 쓴 ‘Economic Recovery Doesn’t Hang on Trump’s Trade Deal’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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