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개별관광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을 계기로 정부가 독자 추진할 대북 사업 선별에 들어갔다. 하지만 미국이 “북한 관련 어떤 계획도 미국과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한·미 간 미묘한 시각차가 드러나고 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제재를 유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북한과의 협력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한·미가 서로 긴밀히 상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북한 개별 관광이나 방문은 유엔 대북제재 대상이 아니라며 대북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 이어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역시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유엔 제재 위반 여부나 미국과의 협의 유무 같은 것이 문제의 핵심은 아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북한 비핵화가 전혀 진전되지 않고 있는데 왜 한국 정부가 나홀로 남북 협력을 서두르냐는 것이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시설을 2월 말까지 철거하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물론 북한조차 반기지 않는데 한국 정부만 남북 협력에 열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미·북 간 대화의 물꼬도 터질 것이라는 게 정부의 바람이지만 북한은 한국에 끼어들지 말라고 수차례 경고해왔다. “명분도 실리도 없는 정부의 대북사업 추진은 결국 총선용”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정부의 의도가 무엇이든, 이런 식의 교류 확대는 북한의 오판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어떤 도발을 해도, 한국은 북한이 원하는 것을 언제든 들어줄 것이라는 오판 말이다. 백악관의 고위 관계자는 남북 경협 구상에 대해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 비핵화(FFVD)는 한국도 지지한 목표”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앞장서서 이 목표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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