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한의 리스크관리 ABC] 상황에 맞는 리스크관리 수단 택해야

1976년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항만 공사는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하는’ 격이었다. 주변에 인프라가 전혀 없고 뒤로는 사막, 앞으로는 바닷물이 넘실대는 어촌마을에 20세기 최대의 역사가 이뤄졌다. 플랜트 건설에 필요한 10층 건물 규모의 대형 철구조물을 대한민국 울산에서 만들어 사우디까지 편도 1만㎞의 바지선 수송을 19차례나 했다고 한다. 그런데 현대건설은 그런 전대미문의 위험한 사업을 하기로 하면서 리스크에 대비해 보험에는 가입했을까?

“그런 바보 같은 사업의 위험을 인수하겠다는 보험회사가 없었습니다. 설사 있다 하더라도 보험료가 실로 엄청날 테니 우리가 그걸 감당할 입장도 아니어서 결국 위험을 안고가기로 결정했어요.” 이명박 당시 현대건설 사장이 정주영 회장 사후에 한 언론매체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과연 현대답다. “그 대신 한반도부터 아라비아반도까지의 해류 등 각종 수송 위험을 면밀히 분석했습니다. 필리핀 앞바다가 제일 위험하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실제 그곳에서 풍랑을 만나 구조물이 사라졌지만 사전에 예상한 대로 대만 쪽으로 흘러간 구조물을 다시 회수해 무사히 수송을 마칠 수 있었어요.” 실로 대단하다.

[장동한의 리스크관리 ABC] 상황에 맞는 리스크관리 수단 택해야

이처럼 보험만이 유일한 리스크 관리 수단이 아니고, 보험이 항상 최고의 리스크 관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리스크 전가(risk transfer) 수단으로서 보험료라고 하는 상당한 비용이 발생한다. 대신에 안심하고 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은 분명하다. 사고 발생을 원천 차단하는 리스크 회피(risk avoidance)가 항상 가능한 것도 아니고, 기회비용을 고려해볼 때 꼭 바람직하다고 볼 순 없다. 리스크를 조직이 스스로 보유(risk retention)하면 리스크 관리 비용을 줄일 수는 있겠지만, 사고에 따른 대형 손실이 발생할 경우 치명적일 수 있다. 이와 같이 각 리스크 관리 수단은 각자의 편익과 비용이 있기 때문에 모든 상황과 리스크에 통용되는 최고의 리스크 관리 수단은 있을 수 없다.

결국 파악된 주요 리스크에 대비해 조직은 사용 가능한 여러 리스크 관리 수단의 비용·편익을 면밀히 분석한 뒤 주어진 상황에 최적인 리스크 관리 수단을 선택해 이행해야 한다. 상황을 불문하고 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하면서 사고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고 비용을 경감하는 리스크 통제(risk control)는 리스크 관리의 기본이자 필수다.

장동한 < 건국대 국제무역학과 교수·아시아태평양보험학회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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