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취업자가 51만6000명 늘면서 연간 취업자 증가 폭이 30만1000명에 달했다. 연간 신규 취업자 수가 30만 명을 넘은 것은 2년 만이다. 지난해 실업률은 3.8%로 전년과 같았고 고용률은 60.9%로 22년 만에 가장 높았다.

모처럼 고용지표가 수치상 호전된 것으로 나타나자 정부는 어제 긴급 브리핑까지 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취업자 증가, 고용률, 실업 등 3대 고용지표가 개선돼 양적 측면에서 V자형 반등에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지난해 고용 상황을 전체 숫자로만 따지면 개선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늘어난 일자리의 대부분이 60세 이상(37만7000명 증가), 그것도 65세 이상(22만7000명 증가)의 고령자 몫이라는 점부터 그렇다. 한창 일할 나이인 30~40대 일자리는 21만5000개 줄었다. 세금을 쏟아부어 하루 2~3시간 일하고 월 20만~30만원 받는 노인 일자리를 수십만 개 만든 덕분에 취업자가 늘어난 것이다.

정부 재정이 주로 투입되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16만 명) 일자리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중년층의 안정적 일자리가 많은 제조업(-8만1000개), 금융·보험업(-4만 개), 도·소매업(-6만 개) 분야는 일제히 줄었다.

홍 부총리도 이를 의식했는지 40대와 제조업 일자리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일자리는 최저임금, 근로시간, 경기 상황 등의 영향을 받아 구조적으로 감소한 만큼 단기간에 다시 늘어나기 어렵다.

요즘엔 서울 핵심 상권에서조차 빈 점포가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노인 알바’ 담당 공무원은 고용 숫자를 늘리기 위해 불필요한 인력까지 배치하고 그만두지 말라고 하소연을 할 정도라고 한다. 홍 부총리는 숫자만 보고 ‘V자형 반등’ 운운할 게 아니라 현장에 나가 경기 및 고용 상황을 직접 확인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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