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버드 < WSJ 칼럼니스트 >
[THE WALL STREET JOURNAL 칼럼] 달러 쇠퇴 전망은 기우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해 말 공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9년 3분기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일본 엔화 자산 비중은 5.6%로 1990년대 후반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엔화 비중이 커진 것은 투자자들이 일본에 호의를 가져서가 아니다. 실제로는 엔화 자산을 달러로 바꾸고 싶어하는 투자자들이 달러 투자를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복수 통화 간 변동금리를 교환하는 ‘이종 통화 간 스와프’에 의해 일본 국채를 보유한 투자자는 엔화 기준금리와 원금을 달러 기준금리와 원금으로 맞바꿀 수 있다. 알기 쉽게 말하자면 일본의 단기 국채를 사서 달러로 교환하면 같은 기간 미국 국채를 사는 것보다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금융위기 전에는 이런 수익의 기회가 지속되는 일이 드물었다. 금리 스와프 가격은 수급에 따라 변동되기 때문에 미 국채 투자는 일본 국채를 달러로 바꾸는 때와 비슷한 정도의 수익률로 나타났다.

표면상으론 엔화 투자 증가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은행의 대차대조표에 대해 한층 엄격한 규제가 시행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금리 차를 이용하는 차익거래의 여지가 생긴 것이다. 가장 일반적인 거래 품목은 미국 단기 국채였지만 이 품목은 스와프 기한이 대개 짧은 특성을 지니고 있다.

당연히 외국인 투자자는 일본 단기 국채에 몰렸다. 상환 기한이 1년 이내인 단기 국채가 일본의 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낮아진 반면 외국인이 보유하는 국채 비율은 2000년의 약 5%에서 지금은 3분의 2로 대폭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 중앙은행은 외환 파생상품 보유량을 밝히지 않지만 예외적으로 이를 밝히고 있는 호주 중앙은행의 경우 2019년 6월 시점에 403억6000만호주달러(약 30조원) 상당의 엔화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파생적 보유 통화량을 제외하면 엔화의 순 익스포저는 불과 26억1000만호주달러로 줄어든다. 반면 미 달러의 익스포저는 배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

지난해 세계 외환보유량에서 엔화 비중 확대와 미 달러 축소가 통계로 나타났지만 이것만으로 실제 외환시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판별하기는 어렵다. 엔화로 표시한 외환보유액은 달러를 보유한 것과 다르지 않음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파생거래 감안하면 달러에 투자

일본의 단기 국채에 대한 외국인 보유 비중 증가는 특히 노골적인 금융공학의 한 형태지만, 수익률을 확보하는 길은 그 밖에도 여러 가지를 찾을 수 있다. 어떻게든 달러를 원하는 투자자라면 수많은 유럽 국채와의 통화 스와프 조합으로도 고수익 자산을 구축할 수 있다.

미국 달러의 확정일 인도 선물환 거래와 스와프 거래도 최근 10년 동안 급증하고 있다. 2019년 상반기 파생상품시장은 금융위기 전 최고점의 60% 이상을 회복했다.

실질적으로 세계의 달러 표시 채무 대부분이 대차대조표에서 밝혀지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국제금융에서 달러가 쇠퇴할 것이라는 전망을 들을 때 이런 눈에 띄지 않는 부분의 비중을 감안해야 한다.

정리=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이 글은 마이크 버드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니스트가 기고한 칼럼 ‘The Dollar Is Even More Important Than You Know’를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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